‘으앙! 으앙!’
덕만이 태어난 날,
3대 독자 아들 얼굴 못보고
100일전 세상 떠난 남편 생각에
아가 낳은 엄마도 아가 따라 울었어

순하디 순한 덕만이 도담도담 자랐지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이웃집 아저씨 따라
아버지가 만들어 준 지게지고
뒷산 가서 나무 해왔어

때마다 엄마는 매운 연기 탓인지
앞치마로 자꾸 눈가를 씻으며
고사리 손으로 해 온 나무로 밥을 지으셨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당 쓸고 물 긷고 나무해오고
덕만이는 스스로 나이 어린 가장이 되었어
동무들은 고개 너머 훈장님께 글을 배우러 갔어

먼발치에서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
홀어머니 마음 아프실까봐 내색도 못했지

새벽같이 일어나 텃밭을 매고
여름이면 꼴을 베어 퇴비하고
겨울에도 나무 해다 장에 팔았어
그래 얻은 별명이 일귀신이었어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송아지 한 마리 샀어
이른 새벽 콩 듬북 넣어 쇠죽을 쑤고
여름엔 더울세라 냇가 미루나무 그늘에 매어두고
추울 땐 덕석 만들어 입히고
사시사철 밤낮으로 애지중지 자식처럼 보살폈대

어느새 반지르르 자란 송아지
“소장수 10년에 이렇게 키운 소 처음보네
값은 달라는대로 다 줌세, 얼마면 팔겠나?”
어느 새 소장수도 탐내는 어미소가 되었어

소 팔아 다시 송아지 사고, 해마다 큰 돈을 모아
논 밭 사고, 덕만이네 시나브로 부자가 되었어

소처럼 부지런한 덕만이
어느 덧 어엿한 청년이 되었지
스무 살 되던 해, 이웃마을 사는
보름달처럼 예쁜 각시한테 장가 갔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