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모두가 상 받던 날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저녁도 안 먹고 글을 썼다.
그 때 혁수가 왔다.
혁수는 우리 센터에서 제일 말썽꾸러기다.
이번 글쓰기 대회에서도 안 쓸 것처럼 멍 때리고 있었다. 끝날 시간이 다 되기까지 아무것도 못쓰고 앉아있었다.
그런 혁수를 선생님도 아이들도 못 쓸 거라고 생각했다.
“혁수도 쓸 거니?”
"네에.”
“시간도 다 돼 가는데 다음 기회에 쓰면 어떨까?”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돼요?”“기다릴게. 사실은 내가 갈 시간이면 우리집 강아지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혁수는 다른 아이들이 마무리 할 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금세 종합장 한 장을 빼곡히 채워갔다.
“아! 다 썼다.”
“원고지에 옮기는 건 집에 가서 해다 줄까?”
기다리다 마음이 조급해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정말이요?”
혁수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정말이지, 강아지가 자꾸 걱정돼서.”
혁수는 종합장을 뜯어 선생님께 내밀며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은 원고지 몇 장을 챙겨와 그 밤에 혁수 글을 그대로 옮기기 시작했다.


제목: 우리가족
이름: 김 혁 수

우리가족은 현재 아빠와 나 이렇게 둘 뿐이다.
옛날에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머니랑 추억이 많다.
생선을 좋아하던 유딩시절에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린 적이 있다. 그때 할머니가 손으로 가시를 빼낸 적이 있다.
내가 맛있는 거 사달라고 징징대면 할머니는 시장가서 뻥튀기를 사주셨다. 그때 먹었던 그 뻥튀기! 왜인지는 모르지만 달고 바삭바삭한 게 엄청 맛있었다. 그 때 할마니랑 먹던 뻥튀기가 생각나 뻥튀기를 사먹으면 그 맛이 나지 않아서 또 할머니 생각이 난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할머니와의 추억은 먹을 거에 대한 것뿐인 거 같다.
옛날로 다시 돌아가면 할머니와의 추억을 더 만들고 싶다. 같이 시장투어를 한다든가 맛집 투어 같은 거 말이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아빠는 화를 참 많이 낸다.
아침밥 안 먹어도 화가 나고 살짝만 늦게 들어가도 화가 나 있다. 근데 진짜 화내신 적이 몇 번 있다. 자전거 오토바이 절도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 엄청 화가 나셔서 나에게 말 한마디 안 한 적도 있다. 그리고 담배 피다 걸려서 죽도록 맞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건 옛날이야기다.
지금 이것들을 생각해보면 화가 아니라 ‘걱정’이라 생각한다.
아빠가 언제 한번은 술을 드시고 집에 온 적이 있는데 나를 자기 방으로 불러서
“왜 이렇게 점점 이상한 길로 가니?”
하면서 눈물을 살짝 흘리신 적이 있다. 그때 엄청 가슴이 아팠다. 그때부터 아빠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아빠 사랑합니다.


선생님은 심사를 해야 하는데 보면 볼수록 등수를 가름하기가 힘이 들었다.
‘난, 아이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못 뽑는 거야.’
생각해 낸 것이 <시와 동화학교> 나오시는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뽑아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였다.
“이 글 아이들이 쓴 건데 읽어보시고 좋은 거 좀 말씀해 주세요.”
“이런 글들이 일반 아이들 글 중에 섞여있으면 빛이 날 텐데, 사연이 모두 엄마 이야기라서 맘이 짠하네요.”
“그래도 대회는 대회니까 냉정하게 잘 뽑아야 되는데 그걸 잘 못하겠어요.”
“혁수 글이 좋지 않아요?”
“저도 혁수 글 읽을 때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혁수 글이 꾸밈없이 가장 좋아요.”
“혁수를 밀어주지요.”
아이들 글을 읽던 선생님들이 혁수를 추천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