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이하 생략

그랬다. 이 지상에서 내 외로움이 크고 곤궁에 처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꺼내 드는 이해인 님의 시이다. 힘들 때마다 시편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듯이 아픈 이의 마음은 이 시에서도 느껴진다. 내가 이 생을 열고 시작하지 않았듯이, 내 걸어가는 길도 이 생의 마지막도 모두다 주님이 주관하고 계시다는 것을 절감한다. 화창한 날씨만 있는 게 아니라 궂은 날도 필요하듯이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다. 인생의 균형은 희로애락이 공존할 때 그 가치를 알듯이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남의 아픔을 안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는 것을 보면서 난 모세와 동일시되어 그의 심정을 처절하게 알아갔다. 지도자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나님의 마음은 알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에서 노예로 길들여진 삶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출애굽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게다. 그 과정을 다시 한 번 눈으로 목도하면서 나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안주하고 싶은, 더 이상의 고행은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지나온 내 삶이 결코 순탄치 않아 이제는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올 때면 여지없이 내려치시는 그 분의 손길을 느낀다. 늘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력한 주님의 섭리가 계시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감사와 기쁨이 나를 일으켜 세우지만 때로는 고단하고 지쳐서 널브러질 때가 많다.

우리 교회는 유난히 이별이 잦다. 그도 그럴 것이 평신도보다는 사역자가 공부하러 오기 때문에 그들이 어느 정도 성경공부하고 나면 사역하러 떠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그들의 성장을 기뻐하고 축하해줄 일인데 남은 사람은 아프다. 며칠 전에도 사역을 하러 전도사님 가정이 떠났다. 교인 4명이 떠나니 작은 교회에서 그들의 빈자리는 휑하다. 나보다 남편의 마음이 더 외롭고 지칠 것이다. 그들이 떠날 때면 그동안 공부했던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전해주는 남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원어 성경공부를 20년 넘은 세월 동안 해오면서 한때는 신학교 강의도 하고 바쁘게 살았었다. 그가 소원하는 것은 주변의 목사님들이 다 와서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거다. 오역된 성경번역을 바로잡아 주님의 본래의 뜻을 회복하기 위해 오늘도 성경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남편, 그의 외길은 참 고단하다. 그와 함께 하는 나도 고단하다.

이별 앞에 또 다시 무너지는 나의 마음을 추스르며 밥을 먹었는데 체해서 며칠을 설사를 했다. 눈이 움푹 꺼진 거울속의 나는 참 나약하고 못났다. 이만큼 겪어왔으면 이젠 물 흐르듯이 받아들일 때도 됐는데 말이다. 내가 울고 있을 때 내 속에서 함께 우시는 그분의 숨결을 느낀다.

늘 감사하다. 나의 나됨이 그분이 계시기에, 그분의 고난을 구경하는 자가 아니라 고난에 동참하는 자로 살기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비로소 내안에 계신 그분을 만나는 기쁨을 가지기에, 고난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에, 나는 여전히 주님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