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이해

월간 <햇순>이 유정일 집사님과, 함께 공동체연구를 하시는 분들께 성경말씀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유 집사님께서는 세례와 관련하여 특별히 요한의 세례를 물어 오셨는데요, 참 중요한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푼 “근거 根據”나 “전승 傳承”을 물으셨습니다. “근거”라고 하면 요한이 무슨 권위로 세례를 베풀었는지를 묻는 것같이도 들립니다만, 과연 그것을 물으신 것인지요? 또 “전승”이라고 하면 기독교 이전에도 세례라는 것이 있었는지, 누가 세례를 베풀고, 또 왜 베풀고, 어떤 형식으로 베풀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요한에게까지 왔는지, 그 후에는 또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물으신 것처럼 들립니다. 유 집사님의 질문을 제가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면, 아마 세례 요한의 세례에 관하여 말씀을 드리면서 그것이 유대교의 것과 또 기독교의 것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비교하여 설명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세례의 유래

“세례”라는 말은 본격적으로 <신약전서>에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구약전서>에는 세례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시작되기 이전의 후기 유대교에서는 세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대교인이 아닌 이교도가 유대교로 개종할 때는 할례 割禮와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일종의 입교의식 入敎儀式이었던 셈입니다.

요한의 세례

그런데 요한의 경우는 좀 별나지요. 그는 유대교의 제사장으로서가 아니라, 또는 권위를 인정받은 예언자로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광야에서 말씀을 외치는 야인 野人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유대 사람들은 유대교에 입교하려 하거나 개종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요한이 머물고 있는 광야로, 거기 요단강 가로 몰려나왔던 것입니다. “그 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 강 부근 사람들이 다 요한에게로 나아가서, 자기들의 죄를 자백하며, 요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마3:5-6)고 한 것을 보면, 그 수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의 항의

그래서 예루살렘에서는 유대교 지도자들인 제사장들과 레위지파 사람들이 사람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그가 누구냐고 물어보게 하였습니다(요 1:19). 종교지도자들이 보낸 사람들은 또 요한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면, 어찌하여 세례를 주시오?”(요 1:25) 하면서 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요한은 제도권 유대교 안에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권위로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선포하고 사람들이 회개하고 바른 생활을 하도록 외쳤고 그렇게 하는 이들에게 하늘나라 시민이 될 수 있는 표로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요한은 그들에게 유대교 입교나 유대교로 개종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이 점이 요한의 세례가 유대교의 세례와 다른 점입니다. 요한은 하나님 나라가 곧 올 것을 선포하면서 그 새 질서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회개할 것을 촉구하였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그에게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회개와 새 삶의 실천

세례를 받으러 오는 이들 중에는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는 부적격자들이라고 여김을 받던 바리새파 사람과 사두개파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한은 그들이 세례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지독한 욕을 합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징벌을 피하라고 일러주더냐?”(마 3:7) 그러면서 회개를 하면 그 결과를 보이라고 촉구합니다. 예를 들면, 일반 백성에게는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눅 3:11), 세리들에게는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눅 3:13), 군인들에게는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게 여겨라”(눅 3:14)

기독교의 세례

기독교는 그 시작 초기부터 세례를 교회의 중요한 의식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킵니다. 입교 의식으로 발전시키기에 이릅니다. 특히 세례 받기 전에 하게 되는 신앙고백의 주요 골자를 신학적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빌립이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베풀 때 신앙고백을 요구하는 것이 사도행전 후대 사본 8장 37절에 나옵니다. 내시가 세례를 받겠다고 하니까 빌립이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온전히 믿으면 세례를 베풀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시가 자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빌립이 그에게 세례를 베풉니다. 내시의 신앙고백은 우리에게 전승된 가장 오래된 세례를 받기 위한 신앙고백입니다.

침례와 세례

세례는 보통 세례 받는 사람은 물에 완전히 잠기는 식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洗禮”로 번역된 그리스어 '밥티제인' 자체가 '담그다', '잠기다'를 뜻합니다. 그래서 물이 있는 강에서 이 예식이 베풀어지곤 했습니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을 위시하여 한문을 사용하는 동아시아의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침례 浸禮”라는 말이 고안되어 이런 점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사도행전 8장 36절이나 골로새서 2장 12절에 보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 속에 잠긴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롬 6:4) 그렇지만 신약 시대 이후교회에서는 강이나 내로 가지 못할 경우 머리에 물을 붓는 세례 예식도 허용되기에 이릅니다. 침례 혹은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풀어졌습니다.(행 2:38) 마태복음서 28장 19절에서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푼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신앙고백을 할 수 없는 유아들이 세례를 받았었는지는 부정도 긍정도 쉽게 할 어떤 자료가 없습니다. 참고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