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가 건강해야 몸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듯이, 이 나라가 잘 돌아가려면 각자가 맡은 바 구실과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저마다 맡은 바 소명 vocation/ calling이 다르지만, 각자가 맡은 일을 더욱 더 잘 하도록 도움을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소명인 경우도 있습니다. 피가 온몸을 돌면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듯이, 공직자는 각자가 맡은 일을 더욱 잘 하도록 도우미 구실을 합니다.

도우미 구실을 하는 공직자는 자신이 아닌 남을 돌보는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합니다. 공직을 맡은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구하여 자신이 맡은 일을 등한시한다면, 이 사회는 멈칫거리면서 진보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직자는 자신이 맡은 바 소명의 고귀한 뜻을 깨어 있는 의식으로 담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공직자가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이 나라의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장기들을 돌보아 나라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 나라 또한 살아있는 생명체나 마찬가지이므로, 공직자는 늘 깨어 있어서 이 나라의 오장육부를 감시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도우미 구실을 해주어야 합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찾으면서 사실은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섬길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너희는 하나님과 맘몬/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고 하셨듯이, 공직자는 자기 살림을 살찌우는 것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이 사회의 살림을 돌보는 것을 자기 삶의 기둥으로 삼아야 합니다.

반세기 전 이 땅의 현실은 모두에게도 힘들었지만 공직자들에게는 특히 가혹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의 살림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른 이도 돌볼 수가 없게 마련이지만, 이 땅의 현실은 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엄격한 정의와 공양심 公良心을 요구하였습니다. 기초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박봉에 시달리며 살다 보니 뇌물이라는 음성 수입에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부정이라고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습니다. 하급 공무원직까지 포함하여 공직이 누구나 선호하는 직업이 된 것은, 공직에 몸담게 되면 생계가 보장되는 데서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오래된 관행으로 음성 수입에 맛을 들여 부정이 저질러진다면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아직도 높은 것은, 부끄러운 관행을 끊지 못하고 있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는 반증인 듯합니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공직 기강이 해이해질까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부정부패는 법을 엄격히 하는 것만으로는 다스려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심한 규제를 해도 마음이 부패해 있으면 규제를 무시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게 마련입니다.

공직자가 마음을 돌이켜 공동체의 번영을 위하는 데에만 주의와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들이 해낼 구실과 역할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는 뜻을 모으고 정성을 모아 공직자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아브라함이 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듯이, 공동체의 번영과 이익에 복무할 공직자들이 우리 민족에게 복의 통로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을 발휘해 주기를 기도합니다. 애굽의 총리대신으로 활약했던 요셉처럼 위기관리에 필요한 지혜와 담대함을 지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느헤미야와 같은 애국심과 지도력을 갖추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싸우며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정도 正道를 걷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위에 솔로몬의 지혜가 더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4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도모하려면 높은 분별력과 뜨거운 결단력이 배합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공직을 맡은 모두에게, 예수의 시신을 거둔 아리마대 요셉의 충성심과 디모데의 공양심, 바울의 정의감과 역사의식이 함께 갖추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나라와 겨레에 이바지하겠다는 일념으로 개인적 욕망과 이기심을 뛰어넘어, 이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바치는 마음이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