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1980년대 이후로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어, 초창기에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주인이 되어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가는 이상적인 운동의 체제로 변해가고 있으며 장애의 종류에 따라 그에 따르는 요구도 다른 만큼 각각의 장애의 특성에 따라 조직체가 구성되어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의 문제가 다 해결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하던지 이렇게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겪어가는 고통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교회 밖에서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교회는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세계 장애인의 80%가 개발도상 국가에 살고 있으며, 그들 가운데 60%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비추어 볼 때에 교회가 이 분야에 대한 선교 사명을 부인 할 수는 없다고 생각 될 뿐 아니라 교회가 어떻게 생각하던, 이 분야는 교회 어깨위에 놓인 피해갈 수 없는 선교 과제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한 선교의 비전을 갖고, 세계 방방곡곡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교회는 이제 한국의 장애인뿐 아니라 세계가 전쟁터로 변하여 매일 매일 수많은 장애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의 장애인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껴야할 때라고 본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작년 6월에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 KNCC, 아시아 교회 협의회 CCA, 세계교회 협의회 WCC가, 아시아에서 장애인운동이나 단체에 몸담고 있는 몇 분을 초대하여 논의를 하였다. 그 결과 교회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운동의 활성화를 위하여 “아시아 에큐메니칼 장애인 연대 Asian Ecumenical Network of People with Disability-AENPWD”를 결성하였다. 필자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맞게 되었으며, 현재 종로5가 KNCC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첫 사업으로는 지난 2월 5일에서 9일까지 아시아 7개국의 10명과 한국의 10명의 장애청년들이 함께 모여 “아시아 장애 청년의 도전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갖고, 열띤 토론과 아시아에 대한 공부, 장애에 관한 신학적인 접근, 평화, 생태학적인 새로운 접근의 시도, 현장방문, 한국장애인운동에 관한 공부, 한국문화 맛보기, 서울구경 등을 하였다.

특별히 청년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든 이유는 이들에게 장애를 넘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젊은 청년들이니만큼 그들의 꿈과 미래의 비전이 보다 폭넓게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교육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이번 모임에서 이 젊은이들은 많은 도전을 받았고 자신들이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장애인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아직도 제한적이며, 과연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심에 찬 눈으로 보지만 필자는 이들이 각기의 나라에서 지도자로 성장해 갈 것을 의심치 않으며, 또 그렇게 되도록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싶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시아를 돕자는 취지의 비정부 기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구들이 개발문제에 관심이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문제는 여기서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때문에 이 일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고, 자녀가 되는 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가르치고 믿으며, 또 한 지체의 아픔이 몸 전체의 아픔임을 믿는 교회가 감당해 나가야할 선교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리 역할을 할 기구가 둥지를 틀었다고 본다. 이 기구를 통하여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연합하면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여러 교회의 참여를 통하여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