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실에서 하고 있는 당신의 수고에 하나님께서 크게 갚아주실 것을 빕니다. 그리고 항상 중요한 것을 물어 주시고 그 질문이 있은 다음에는 번역실에서 이미 완성된 것 같은 원고를 다시 교정하게 되고 해서, 당신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항상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가지고 보게 됩니다. 이번 질문도 참 중요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히브리어의 문자만 그대로 번역해서는 아무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를 물어주셨습니다. 당신이 지적하셨듯이 영어 번역들을 위시하여 현대의 영어 독어 프랑스어 번역들이 한결 같이 솔로몬이 성전을 위하여 창문틀이 있는 창문을 만들었다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글자대로는 틀린 번역이 아니면서도 아무런 의미 전달이 안 됩니다. 이럴 경우에는 제가 당신들에게 늘 주석을 볼 것을 말씀드렸지요. 주석을 보셔도 좋고 가까이에 주석보다 다른 번역들이 있다면 그것을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집은 성전을 가리킵니다. 아마 분번 부인께서 여러 번역들을 보셨다면 번역들마다 뜻을 옮겨 보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 지를 곧바로 아셨을 겁니다. 이미 분번 여사께서도 문맥을 보고서 아셨듯이, 히브리어 ‘바이트’는 일반적으로는 ‘집 house’을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지금 솔로몬이 짓고 있는 ‘성전 聖殿 Temple’을 말하는 것이지요.

창문은 빛이나 공기가 드나드는 구멍을 말합니다. 오늘날은 창문이라고 하면 라오스교회 성경 번역실에도 삼면으로 창들 windows이 나 있지요. 창틀 frame이 있고, 그 틀에 유리가 장착된 창문이 들어앉아 있지요. 그런데 지금부터 3천년 전 성전 건물에는 이런 개념의 창문은 없었습니다.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빛과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격자무늬 같은 것을 설치했지요. 그러니까 히브리어 ‘할론 Hallon, “opening"’은 ‘창문’이라기보다는 ‘환기통’이나 ‘채광 採光 시설’이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창문도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이쯤 이해하고 나서 “창문”이라고 하면 되지요. 문틀이 있고 거기에 창문을 끼워 넣은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문틀 역시 오늘날의 건축용어와는 다릅니다. 히브리어 ‘셔쿠핌 ?uqupim,(“?”)’은 오늘의 건축술에서는 잘 알려져 않은 벽에 창을 내는 기법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벽에 환기창을 내고 거기에 격자 格子를 붙이는 것 a lattice window, 혹은 창문 주위가 비스듬히 벌어지게 하여 안에서는 창문틀이 넓게 보이고 밖에서는 창문틀이 좁게 보이게 하는 기법이지요. 안에서는 크게 밖에서 작게 보이는 창문 embrasured window인 셈이지요. 창문틀이 내부에서 볼 때는 좌우상하로 빗각을 이루었다고 해서 ‘빗각을 이룬 창문 windows with beveled frames’라고도 하지요. 그러고 보니 JPS 같은 번역은 아예 “안으로 넓고 밖으로 좁은 창문 windows broad within, and narrow without”이라고 했네요. 뜻이 이젠 좀 분명해 진 것 같습니다.

“성전을 위해서 창을 냈다”는 말은 ‘성전에 창을 냈다’는 말입니다. 성전이 무슨 유정물 有情物도 아닌데 성전 좋으라고 무엇을 했다는 말이 아니라 성전 벽에다가 그런 구멍을 냈다는 말이지요. 분번 부인께서 자주 참고하시는 TEV가 그렇게 번역을 했습니다.

성전 벽으로 돌아가며 창을 냈다
안으로는 넓게
밖으로는 좁게 만들었다

The walls of the Temple had openings in them,
narrower on the outside than on the inside.

참고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라오스역 개정판에 당신의 손에서 더욱 잘 다듬어지기를 바랍니다.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