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께,

목사님,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독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성심껏 답변을 해주시는 성실함에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독자입니다. 잠언을 읽다가 오랫동안 벼르기만 하고 정작 여쭙지 못한 본문이 하나 있는데, 여쭙지 않고 [개역]과 [개정]에 번역된 대로 그냥 읽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게 된 배경을 목사님과 함께 이야기 하고 햇순 독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나섰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개역](1961)을 읽어 왔는데요, 잠언 15장 30절을 읽으면서 좀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눈의 밝은 것은 마음을 기쁘게 하고 좋은 기별은 뼈를 윤택하게 하느니라” 이 본문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눈이 밝은 것은 마음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본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안과에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데요, 한쪽 눈은 백내장 수술도 했고요, 다른 한 쪽 눈은 아직 백내장이 아니어서 기다렸다가 하자고 해서 벌써 5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5년 전에 백내장 수술을 한 눈은 시력은 찾았는데, 또 녹내장 증세가 있다고 해서 안과 치료를 몇 년째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력이 점점 나빠지다보니까 “눈의 밝은 것은 마음을 기쁘게 하고”(잠 15:30a) 라는 구절이 “내가 눈이 밝으면 내 마음이 기쁘다”라고 읽혀져요. “눈이 밝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본문 ‘므오르 에나임 mu´or-`enayim’이 그렇게 쉬운 표현만은 아닌 것을 주석들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이 본문은 한 개인이 좋은 시력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는 뜻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한데요, 신학교 시절에 히브리어 평행법이라는 걸 배운 기억이 나는데요, 그래서 상반절과 하반절을 별개의 것으로 따로따로 읽을 것이 아니라 연관시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의 밝은 것은 마음을 기쁘게 하고
좋은 기별은 뼈를 윤택하게 하느니라

“마음을 기쁘게 하고”와 “뼈를 윤택하게 하느니라”는 아주 적절하게 평행이 됩니다. 그렇다면 “눈의 밝은 것”과 “좋은 기별”이 중요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저의 생각이 미쳤습니다. 사실 제가 평소부터 목사님께 여쭙고 싶었던 것은 “좋은 기별은 뼈를 윤택하게 하느니라”라고 하는 하반절의 해석이었는데 이제 그 문제가 잠정적으로 해결되었어요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지요). 이제 제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상반절의 “눈의 밝은 것”이 무엇이고, “마음을 기쁘게 한다”고 할 때 그것이 “누구의” 마음인가 하는 것입니다.

슬픈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이 눈빛이 번쩍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쁜 소식을 가져오는 이가 얼굴에 그 기쁨을 감출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의 기쁨이 그의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가장 구체적인 장소가 바로 그의 눈이겠지요. 그의 눈만 보아도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 마음이 기쁘겠지요. 제가 이렇게 이해해도 됩니까, 목사님?

미루어두었던 것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시력만 나쁜 게 아니고 은퇴 이후 거동도 불편한데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쇄골이 부러졌어요. 제가 사고를 당하고도 뼈가 부러지지 않고 성했더라면, 꼭 했었을 질문이란 것은, 도대체 “뼈를 윤택하게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70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뼈가 윤택하다”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여러 번역들을 비교하다보니까 “몸이 건강해진다”는 뜻으로 번역을 하더군요. 좋은 기별이 듣는 이의 병을 낫게 한다, 듣는 이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제가 병원에 입원하여 뼈를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받는데 의사가 걱정을 하더군요. 나이가 많고 뼈가 약해져서 잘 붙을지 모르니 조심하라고요. 아, 그 때 어쩌면 제가 목사님께 여쭙고자 했던 이 구절이 막 생생하게 살아서 저에게 달음박질쳐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 이 늙은 것이 뼈가 윤택해저서 잘 좀 붙게 해 주세요!”

직접 여쭙기 전에 저 혼자서 어쩌면 “뼈”는 “몸”을 가리키는 환유어(換喩語 metonym)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생각 접었습니다. 환유도 직유도 은유도 아닌 제 쇄골이 쇄골 그대로 윤택해져서 속히 부러진 곳이 잘 이어져 아물면 좋겠습니다. 눈이 침침해도 기쁜 늙은 종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