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제2연수원이 진행하고 있는 영성프로그램 <에니어그램 오아시스> 체험기를 싣습니다. 영성의 길을 함께 가려는 독자들께 에니어그램을 통한 영성수련의 사례를 보여주고 경험을 함께 나누며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에니어그램 오아시스>는 2박 3일의 기본과정과 격월로 모이는 후속모임인 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참 화창한 지난 가을, 어느 멋진 날에 18명의 참가자들이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감리교 제2연수원에 모였다. 가을 단풍이 마지막 생명의 빛깔로 연수원 곳곳을 선물처럼 물들여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갈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모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도 똑같은 기대와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는 이번 영성수련 여행에서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까?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빛깔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자극하고 도전하고 감동을 줄까? 저분들과 함께 얼마나 은총의 바다 깊은 곳까지 헤엄쳐 갈 수 있을까? 나도 얼마나 깊이 에니어그램의 지혜에 눈 뜰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어쨌든 이제 시작이다.

처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함께 진행을 도와줄 조력자와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나누고, 참가자들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 바라는 것을 말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목마름에 쉴 곳을 찾고 있는 현실에 공감하면서 ‘오아시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에니어그램 오아시스!’ 상징적이면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좋은 뉘앙스를 주는 단어였다. 부르면 부를수록 편하게 입에 닿았다. “수고하고 목마른 자들아, 다 내게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신 주님의 마음을 생각했다.

<에니어그램 오아시스>에 초대할 대상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학부모와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을 위해서는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인물>을 또 하나의 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부부 및 자녀와의 온전한 관계를 바라는 학부모들로 대상을 좁혔다. 초청장을 만들었다. 아래의 글은 초청장의 일부이다.

“에니어그램은 말합니다. 우리 자아가 만들어낸 분노, 수치심, 두려움이 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만든 범인이라고. 분노, 수치심, 두려움은 우리 안에 격정의 마그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교묘한 함정을 설치하고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함정에 다시 빠지고 실패를 되풀이 합니다. 부부간에, 부모 자녀 간에, 인간관계에서,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그런 함정을 보지 못합니다.

에니어그램은 보여줍니다. 나의 격정과 함정이 무엇인지를, 반복적인 나의 실패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를! 그리고 다시 보여줍니다. 자아가 만든 허상으로부터 벗어난 본래 자기는 어떤 존재인지를!

산 정상에 오르는,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은 하나이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내려가는 길은 얼마든지 다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격정과 함정에서 벗어나 참된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전혀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은 나와의 모든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참가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삶의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시작은 인사와 더불어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그룹작업을 했다. 초를 켜고, 시를 읽고, 이 모임에서 사용할 새 이름을 짓고, 그룹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했다. 인도자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그러나 세심하게 참가자들을 살피며 문을 두드렸다. 대개 처음 시작은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준비된 첫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선물을 받는 것처럼 참가자들이 참 좋다 느낄 수 있을 때, 그 후의 과정은 보다 쉽고 편안하게 진행된다. 형식 속에 감추어져 있는 인도자들의 배려가 은은한 향기로 피어날 때 참가자들은 마음을 열게 된다.

에니어그램과 성격유형에 대한 개괄적 소개를 하고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자신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어, 물건, 상징, 느낌 등 무엇이든 다섯 개를 선택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성장과정에서 갖게 된 것으로 ‘나’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작은 나들’이다. 이 ‘작은 나들’을 우리는 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저런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에고가 만들어낸 나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다. 구르지예프는 우리 인간은 몸도 아니요, 느낌도 아니요, 사념도 아니라 관조 그 자체라고 말한다. 우리는 분노하고, 수치스러워하고, 두려워하며, 그 강박에 빠져 몸을 떨고 있는 에고를 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작품이 내가 아니듯이... 수많은 나를 뛰어넘는 참된 나를 찾는 작업이 에니어그램이 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래서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한 대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무엇이 내가 아닌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는 말한다. “한 마리의 새, 한 그루의 나무, 한 삶의 인간 존재를 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한데, 그것들은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동일시하고 있는 나의 성격, 느낌, 생각, 몸 등에서부터 자유로워질 때, 즉 무엇이 내가 아닌가를 아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에고가 만들어낸 ‘나들’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존재의 깊은 심연을 향해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에니어그램 격언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58 건강한 자아는 관찰한다. 그래서 실수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고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 공포증으로부터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