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수 없어’ 님께,

우리는 우리가 하던 기도를 계속해야 합니다. 기도는 응답되면 하고 응답 안 되면 안하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같은 심정입니다. 우리의 소원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여 응답되지 않은 기도는 아닙니다. 우리의 기도가 계속되는 한 성령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수정해서라도 하나남께 상달되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루어져야 할 것은 우리의 뜻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이 우리의 기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도를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조금은 낯섭니다만, 하나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에게 실망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던 하나님께서 우리를 떠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당신을 숨기신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이것을 “하나님의 잠적 潛跡”이라고 불러 봅니다, 구약의 예언자 중에 호세아가 다음과 같은 권면을 했습니다.

5:15 나는 이제 내 곳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지은 죄를 다 뉘우치고, 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겠다. 환난을 당할 때에는, 그들이 애타게 나를 찾아 나설 것이다. 6:1 이제 주님께로 돌아가자. 주님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다시 싸매어 주시고, 우리에게 상처를 내셨으나 다시 아물게 하신다. 2 이틀 뒤에 우리를 다시 살려 주시고, 사흘 만에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이니, 우리가 주님 앞에서 살 것이다. 3 우리가 주님을 알자. 애써 주님을 알자. 새벽마다 여명이 오듯이 주님께서도 그처럼 어김없이 오시고, 해마다 쏟아지는 가을비처럼 오시고,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신다. (새번역 호 5:15, 6:1-3)

15절은 하나님이 당신의 곳으로 돌아가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것을 하나님의 잠적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영어 번역 중에는 ‘내 곳 my place’을 ‘내 은신처 my lair’라고 번역한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과의 기도가 가 닿지 못하는 곳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당신의 백성에게 얼마나 실망하셨으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까지 하셨을까요? 그러나 예언자 호세아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국민이 다 자신들의 집단적인 잘못을 ‘뉘우치고 나서’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주님께로 돌아가자’고, ‘주님을 알자’고 권면합니다.

우리의 뉘우침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전 국민적인 집단적 회개여야 합니다. 회개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결단입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매뉴얼을 만들어만 놓고 지키지 않은 것이 우리의 죄 우리의 허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토라(율법)로 가르치셨고, 지혜로 인도하셨고, 때가 되었을 때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어서 대속 代贖 제물 祭物로 삼아 피조물을 구원하셨습니다. ‘말씀’이 육신을 입어 우리 가운데 거하실 때 우리는 그것을 ‘도성인신 道成人身’이라고 했습니다. 도가 사람 몸을 입고 우리와 함께 사신다는 표현입니다. ‘도’는 ‘말씀’의 다른 면입니다만 동시에 ‘길’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실 때의 그 ‘길’입니다. 길에는 교통 법규가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일하는 현장마다 거기에는 지켜야 할 규정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매뉴얼 Manual 혹은 ‘현장 매뉴얼 FM: Field Manual’을 만듭니다. 이런 FM을 어기면 우리는 안전의 보장을 받지 못합니다.

이번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몰래 참사의 현장에 오셔서 몸소 우리의 고통을 체험하시고 생명을 살리시고 우리에게 살 길을 보여주신, 그분이 다녀가신 흔적을 감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선생님 한 분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등 대피를 돕다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은 한 학생은 부모가 모두 실종되고, 쓰러진 자판기 사이에 끼어 혼자 울고 있던 다섯 살 베기 여아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안고 함께 탈출했습니다. 한 여승무원은 여러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내보냈으나 본인은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실종된 사무장은 가족과의 통화에서 긴박한 구조 상황을 알리고 길게 통화를 할 수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구조 활동을 하다가 아직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다른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자신은 가까스로 탈출한 화물차 기사도 있습니다. 침몰 직전 20여 명의 탈출을 돕고 마지막으로 배를 떠난 50대 후반의 한 어른은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자책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도 침몰된 배 안에 함께 계셨습니다.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