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사람들’은 부름 받은 사람들이다. 은총 가운데서 하나님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폴 핸슨 Paul Han-son이 말하듯이 성서는 ‘공동체 성장사’이다. 설교는 그러기에 오늘의 회중들에게 끊임없이 은총 가운데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백성임을 상기시키고, 부활의 능력을 증언하는 ‘증언공동체’임을 상기시키고, 또한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듯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코이노니아의 실재’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이러한 설교는 해석과 전달의 방식이나 표현양식이 어떻든 성서적 설교라 할 수 있다.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설교 또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설교를 통해 ‘설교자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여 받아들이게 해주고, 그 뜻을 몸으로 살려는 태세와 결단을 갖추고 실행으로 옮기도록 해주는 설교라면, 수사 rhetoric와 논리 logic에 상관없이 성서적 설교라 할 수 있다. 논리와 수사가 조화를 이룬 설교의 전형을 찾으면서 이런 말을 덧붙일 수 있다. 성서 본문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제대로 발굴하여 전달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본문의 그릇인 문학형식이나 수사를 재현할 수 있다면 더욱 성숙한 성서적 설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같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말씀일지라도 본문의 문학형식이 산문이면 설교도 산문의 특징을 살리고, 시형식이라면 시적 표현을 살려서 설교하면 내용과 수사와 표현 형식이 어우러져 오늘 우리 가운데 되살아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래적인 성서의 사람들이 받아들였던 삶의 일정표 Agenda가 오늘, 같은 말씀을 읽고 듣는 회중에게도 똑같이 삶의 일정표가 될 때 우리는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 한데 어우러져 ‘성서의 사람들’ 곧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