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과정을 생각할 때에, 전문가가 있으면, 그 만큼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공동체에 전문가가 언제나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작은 모임을 사회하며 이끌어 갈 사람이 있다면, 인도자 또는 말씀의 봉사자로서 충분하다. 공동체적 사고와 노력이 가능하도록 돕는 이를 두고 영어로 enabler라 부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래서 인도자는 결론을 내려 줄 필요도 없고, 또 내려서도 안 된다. 공동체성서연구를 대화를 통하여 진행한다는 뜻이 여기서 재확인된다. 본디 대화는 토론과 달리 하나의 결론을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중론의 일치 consensus에 도달하려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그래서 월터 윙크를 비롯한 이 방면의 대가들은 한결같이 인도자가 결론을 내려 주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공동의 이해를 도모하며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름지기 공동선을 추구하며 사람이 살만한, 그리고 살기 좋은 공동체를 지향하며 말씀을 함께 공동체적으로 나눈다.

전문가가 없을 때는 성서 주석이나 사전 같은 참고도서를 활용하여 그 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체성서연구를 위하여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 다양한 은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다양하고도 풍성한 자원은 바로 그들의 은사이다. 낭독, 그림, 마임, 음악, 춤, 해석 등등의 은사가 잘 발굴되고 활용되도록 서로 부추기고 조절하여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그 과정 자체가 공동체 형성의 과정이 된다. 다만 누가 무엇을 내어 놓더라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요 설득조차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설득하려다 실패하면 강압하게 되고, 강압으로도 관철이 안된다 싶으면 폭력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언어적 폭력이나 정신적 폭력이 나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의 노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감동을 함께 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사랑과 진리의 대화"를 의식하고 샬롬공동체를 지향하며, 말씀이 육신이 되신 뜻을 조심스레 몸으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