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유형이 자신의 에니어그램을 발견했을 때 평소에 자신도 모르게 자랑을 잘 하였고 자신이 어디 가서 뭘 했는지 이야기를 남에게 잘 했던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이것이 자신의 격정인 것을 발견하고 나서는 자랑을 이제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기도 하지만 이점을 늘 기억하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또다시 되풀이해서 자랑하게 된다.

남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며 사는 사람으로서 #2번 유형은 늘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므로 봉사도 잘 하지만, 무엇보다 남에게 잘 보여야 한다. 자신의 욕구나 필요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기피하려 한다. 만약 자신의 필요를 인정하면, 궁핍하게 보이거나 모자란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기피한다. 돋보이는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을 발견하기 이전부터도 잘 주고 봉사하며 협조하는 일을 잘 해왔던 #2번 협조자가 다만 자랑하는 격정을 겸손의 덕목으로 변환시키자면 인식의 틀을 바꾸며 회개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이기보다는 하나님의 은총을 함께 나누었다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겸손해진다. 이렇게 해서 성숙할 때 그의 양날개 가운데 펼쳐진 활동적 날개 또한 통합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성숙한 2번 유형의 1번 날개가 아울러 성숙하게 되면 남에게 격려하며 힘을 실어주는 일을 잘 한다. 여기에 비하여 성숙한 2번 유형의 3번 날개가 성숙하면 주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며 분위기를 밝게 한다.

2번 유형이 평균 상태에서 보통일 때에 1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야심적인 특성이 나타난다. 이에 비하여 3번 날개를 가진 사람은 순응하는 특성이 나타나서 기준에 부합하거나 틀에 맞추는 특성을 나타낸다. 2번 유형이 스트레스를 받고 불건강한 심리 상태가 되면, 1번 날개의 소유자는 판단적인 면이 강한 반면에, 3번 날개의 소유자는 타산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이처럼 기본 유형의 건강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날개의 건강 상태가 어떤가를 좌우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이것은 에니어그램이 영속적 운동성 perpetual motion 임을 재확인하면서 어떤 한 점이나 상태에 고정적으로 머무는 법이 없이 변하는 만큼 날개 또한 변화하는 특성을 드러내며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수행하면서 수련에 정진할수록 에니어그램의 기본 유형과 아울러 날개를 면밀히 살피면서 통합의 방향으로, 해피 포인트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변화 과정과 거기에 따른 연속태를 살필 때 거기에서 본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볼 수 있다. 자기보존 본능과 사회적 본능과 성적 본능의 세가지 중에 2번 유형은 대체로 자기보존 본능이 약화되어 있기가 쉽다. 어려서부터 자기의 욕구나 필요를 기피한 대신에 남의 필요나 욕구는 거의 ‘동물적 감각’ 이라 할 만큼 본능적으로 빨리 알아채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2번 유형은 대체로 사회적 본능과 성적 본능이 강하다. 세가지 본능 가운데, 한가지가 약화되어 있는데, 2번에게는 자기보존 본능이 약한 것으로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적 본능이 강한 2번 유형은 공동체를 추구하며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그룹을 생각한다. 더 큰 세계를 생각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용납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인기가 있고 명예도 얻고 지위도 높아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 섭정형인 것만큼, 반드시 자신이 권력이나 지위를 확보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들과 가까이 함께 있음으로써 남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번 유형으로서 사회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만인의 친구’라 할 만 하다. 모든 사람과 가깝게 느끼는 만큼 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프라이드가 강하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독특한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독특하게 보인다. 남에게 먼저 잘 주고, 돕고 봉사하며 협조하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아부하는 말도 잘한다. 칭찬도 잘하고 기분 좋게 하는 말도 잘한다.

이렇게 하면서 남들의 눈에 띄고 인정받는 것이 남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혼동하거나 오해하기가 쉽다. 막상 남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노력을 즐기는 것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몹시 상심하게 된다. 그런 때는 화가 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도발적으로 행동하거나 아니면 불쾌하게 만들면서 밉살스럽게 행동하기도 한다.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서 짐짓 ‘위악적’으로 보이게 한다.

#2번 유형의 남성은 드믄 정도인 만큼, 대부분 여성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특징인데, 사회적 본능이 강한 여성은, 특히 3번 날개가 강할 때, 이른바 ‘파티의 여왕’이 된다.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파티를 여는 일들이 따지고 보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게 하는 일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남들이 자기의 아이디어나 제언이나 조언을 받으러 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고문관’ 역할을 자임한다.

2번의 사회적 본능은 어려서부터 ‘잘 나가는 친구들’과 어울려 자라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위와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략적 결혼’을 자신도 하게 되고, 자녀들도 그런 방향으로 양육하게 된다.

사회적 본능이 강한 2번은 자연스럽게 성적본능이 짝을 이루어 강화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그룹을 선호하는데, 구체적인 관계를 생각하자면, 자신이 속한 그룹 안에서 지위나 파워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일대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스런 심리의 작용이라 하겠다.

따라서 성적 본능이 강한 2번은 유혹을 잘 한다. 격정이 이렇게 작용하여 로맨틱한 관계를 추구한다. 그래서 성적인 매력을 발휘하며 상대를 유혹한다. 이때의 유혹은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확신을 갖기 전이라도 자신이 인정받아야 하고, 자신에게 끌어들여야 한다는 선입관이 토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조작적인 특성까지 작용하고 보면, 유혹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혹과 공격을 번갈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8번 유형의 성향을 띄게 되면, 성적본능이 강한 2번 유형은 유혹의 다른 면을 정복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유혹에 성공하면 정복에 성공한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된다. 일단 소유하면, 감정은 사그라들고 그렇게 되면, 자유를 찾아서 뛰쳐나가게 된다. 그래서 이것이 본디 자신의 필요를 기피하는 특성과 맞물려서 자신과 동일시 한 사람으로부터 탈출하는 심리로 작용한다. 따라서 ‘바람둥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친밀감을 추구하며 짝을 찾는 것이 기본적인 욕망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을 소홀히 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빚는다.

2번 유형이 성숙하고 건강해서 우아하게 생활 할 때는 과식이나 폭식을 전혀 안 한다. 이와 반대로 2번 유형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으면 이를 두고 본인이나 남들이 생각하기에 자기보존 본능의 표현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이나 몸을 생각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의식하고 어울려서 먹는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이다. 따라서 자기보존 본능이 추구하는 웰빙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