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신화’에서 ‘황우석 파동’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꿈과 희망을 안고 갈채를 보내던 많은 사람과 함께 충격과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 경악, 좌절, 수치심 등 복잡한 감정을 고통과 인내 가운데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보다 참회와 변화의 진실이 중요합니다. 방송에서 시작된 조사가 마침내 검찰이 개입하기에 이르고 보니 이 얼마나 큰 고통이며 또한 손실입니까. 이제는 관련된 모든 이들, 그 가운데서도 문제의 중심에 있는 황우석 박사가 진실만을 말하고 참회하는 자세로 임하여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조사하고 검증하고 또 비판하는 사람들까지도 진실을 세우기에 전념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구나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우리가 더는 혼돈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진부한 말일 수도 있으나 위기에 빠졌을 때가 고통스럽지만 기회가 됩니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가 다시 오르기 시작할 때입니다. 프랑스어로 blessure 상처라는 말은 두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상처란 뜻과 축복이란 뜻입니다. 상처는 치유하고 나면, 그 상처를 겪지 못한 사람은 얻을 수 없는 복을 얻는다는 깊은 뜻입니다.

‘황우석 파동’이 황박사 본인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개재된 문제를 또다시 ‘조급히’ 또는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서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둘다’는 ‘서툴다’의 변형입니다. 문제는 해결하려는 시도 이전에 먼저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뜻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뜻을 소중히 여기면, 거기서 큰 힘을 얻는 법입니다.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의식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문제나 내면의 어둠 darkness within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의식하면, 그것이 변화하여 지원하는 힘 supportive power이 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동안 지녔던 어떤 욕망도 집착도 다 털어내고 초연해지는데 ‘분투노력 struggle’을 하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황박사는 물론 관련된 모든 이들이 어떤 징계도 달게 받을 각오를 하십시오. 사회와 세계의 어떤 지탄과 혹독한 비판도 달게 받으십시오. 이제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는 사실 앞에 오히려 안도하십시오.

실의와 절망에 빠진 사람은 황우석 한 사람이 아닙니다. 열광하며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국민, 기업, 정부, 그리고 ‘황우석 박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 세계의 관심있는 사람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을 생각합니다. 아니, 누구보다도 황우석 연구팀의 성과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나라 안팎의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영웅으로 떠오른 황우석 박사의 뒤를 잇겠다고 푸른 꿈과 당찬 포부를 품고 가꾸던 젊은 학도들의 실망과 상처를 어디 비기겠습니까.

다만, 이제 더 늦기 전에 황박사는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양심과 박애정신으로 누구보다도 난치병 환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찍소’가 되십시오. 과오는 ‘지내놓고 안다 metanoia’고 하였습니다. 알고 나서는 ‘돌아섬 shub’으로 이어져야 마땅합니다. 이것이 곧 참회입니다. 이는 곧 전환이요 변환입니다. 생각과 의식과 가치관의 버전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명예나 이익이나 어떤 지위에도 연연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흔한 말대로 ‘백의종군’입니다. 다시 찍소가 되어 ‘불퇴전의 용기와 각오와 진실로 재출발’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는 연구로써 말하고, 오직 진리로써 말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동안의 어떤 유혹도 미몽도 다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본인이 인정했던 바와 같이 ‘인위적 조작’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기술’이라 천명했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하여 ‘스너피’를 만들어내던 때 이상 가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십시오.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안겨주었던 충격과 실망만큼, ‘충실한 연구 업적’이란 회생으로 다시 희망이 되십시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연결된 만큼 황우석 박사가 10년 후 ‘연구로써 말하는 연구자’로 거듭날 때, 당신은 우리 사회의 변화에 ‘이정표’가 되는 전화위복의 빛을 볼 것입니다.

원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찍소’가 되십시오. 참회와 변화의 진실을 증거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