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6

 

 

 

 

 

 

 

 

 

 

 

 

  오늘을 바라보며

 

아쉬운 자매형제 : 저출산 시대를 살면서

 

 

 

 

 

 

 

 

 

 

 





김 명 현

여신협공동대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셋째 아이를 잃은 일이다.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베테랑이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서는 너무나 방심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의 몸은 물론이려니와 임신 중인 아이의 몸이 소중함을 왜 몰랐겠는가마는 국내에서 낳은 두 아이의 경우와는 달리 외국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안하지 않고 행동한 것이 결국 무리였던 것 같다. 7개월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온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15시간 밖에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 아이가 생존했더라면 외국 유학생활에서 얼마나 더 힘들고 고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은 아예 없고, 그 아이가 우리들과 함께 같이 있어주었더라면 내가 얼마나 더 행복하고 신나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둘이라도 자녀가 많은 이들을 보면 부럽다. 이 세상에서 자녀를 낳아 길러서 인간 만드는 일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으려 싶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저출산시대로 들어섰다. 한 가족의 수가 평균 2.9명이라니 한 가족이 3명꼴이 미처 안된다. 자녀가 한 명, 혹은 싱글맘이거나 아버지만 있는 경우, 두 명이다. 왠지 불안하다. 전 세계 여성들이 단결하여 임신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종말이 올 것 같다.

나는 큰 아들에게서 손자와 손녀를 보았다. 둘만 낳고 더 낳지 않는다. 한참 자랄 때 보면 두 아이들이 자주 싸운다. 한 번은 동생이 오빠 머리채를 잡고 흔들면서 달려드니까 어미가 오빠에게 그러는 거 아니라고 딸을 야단친 모양이다. 그랬더니 기특하게도 겨우 다섯 살 밖에 안 된 녀석이 “엄마, 나 괜찮아. 유진이 야단치지 마. 유진인 아직 애기잖아.” 하더란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혈육이라고, 제가 오빠고 어린 동생은 아직 애기니까 그 정도의 무례(?)는 용서할 수 있다는 이런 아량이 그 꼬마의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남매간의 이런 우애는 본능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본능도 대상이 없었더라면 표현될 수 없는 것이리라. 많은 자녀들 속에서는 문제아가 별로 없다.

최근의 일이다. 토요일마다 큰아들 가족이 우리집으로 와서 하룻밤 같이 보내고 주일 날 교회에 같이 같다. 운전은 의레 큰 아이가 한다. 아직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제 아비 손을 잡고 할아버지 차 있는 데로 가면서 볼멘소릴 한다. “왜 아빠는 매일 아빠가 운전해? 아빠 힘들게?” 제 아비가 묻는다. “그럼 누가 해?” 딸이 대답한다. “할아버지 차는 할아버지가 운전하면 되잖아!”

나는 자기 아빠 힘드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손녀가 기특했고, 그런 효성 깊은 딸을 둔 아들이 부러웠다. 손녀의 마음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되겠기에 내 손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얘, 운전이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너 모르지? 그 재미있는 운전 할아버지더러 하라고 하고 아빠는 하지 말라고 할까?” 그러자 그녀석이 제 아비에게 확인한다. “아빠, 운전이 진짜 재미있어? 힘들지 않아?” 제 아비가 “재미있지” 그러니까 “그럼 아빠가 운전해. 할아버지가 하지 말고.”

자식 없으면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모에게 자식은 보물이다. 그 자식이 사람들 앞에서 제 구실을 하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에 하나는 자식들에게 형제와 자매의 인연을 맺을 혈육을 낳아주는 것이다. 애 안 낳는 것이 무슨 유행 같아서 덩달아 애를 안 가지겠다는 젊은 부부들을 본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식 공부시키는데 사교육비가 너무나 든다든지, 부부가 다 같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에 아이를 맡길 시설이 넉넉하지 않다든지, 이 험한 세상에 나만 나와서 살면 되었지 왜 아이들 낳아서 고생시키느냐고 생각한다든지..... 복지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저출산 문제는 최근 들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젊은 부부나 정부 당국도 서로의 문제와 가능한 해결책도 고안하고 있다. 나로서는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이미 정부도 노력을 시작하였고, 젊은이들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것은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가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것도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그 이상으로 낳아 길러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하여 참으로 귀중한 일이다. 이것을 결혼이라는 정상적 방법을 통하지 않고, 생명공학에서 인간복제 기술을 발달시켜 대신 담당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좋은 복 받은 방법을 마다하고 그 막대한 비용과 상상할 수도 없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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