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5 / 2017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Let Your Life Speak)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영혼의 언어와 논리



파커 J 파머, 홍윤주 옮김, 한문화



이 진 권


목사
www.facebook.com/isaech
홀로, 그리고 함께 가는 평화의 순례.
인천 비폭력평화영성 교육센터.
새봄교회
ljkbaram@gmail.com






 


40대 중반에 전 재산을 털어서, 본토와 부모와 친척의 땅을 떠나, 미국으로 안식년을 떠났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였다. 자신에게 충실한 삶, 제대로 신명나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모태신앙으로 전형적인 장로교 전통속에서 10대까지 보냈다. 배운 것은 복음이 주는 존재의 충만함과 자유가 아닌 선한 그리스도인이 되라는 윤리적 가르침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격렬한 시대의 움직임에 휩싸였다. 자신에 대한 탐구와 성찰은 언감생신이었다. 너무도 적나라한 폭력과 구조악에 맞서 영웅적인, 그러면서도 힘겹고 비극적인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본성이 착하고 부드러운 사람에게는 그리 맞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노골적인 폭력과 악에, 죽음으로서 항거하는 벗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정의와 민주, 평화라는 대의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길을 가면서 지쳐갔고, 메말라 갔고, 내면의 폭력과 욕망은 은폐된 채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어느 순간에 내면세계와 외적 활동이 분리 된 채, 여기저기를 방황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면서, 당위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넘어서, 자신의 본성에 맞는 삶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퀘이커 공동체인 펜들힐을 알게 되었고, 10개월 정도를 그 곳에서 보낼 수 있었다.

펜들힐을 가려고 준비하면서 파커 파머의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구절구절이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렀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알게 되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20대 그 치열한 고민과 분별의 때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게 되었다. 얼마 전, 졸업하는 아들 친구들 20여명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이 책으로부터 한 구절, 한 문장이라도 눈에 들어와, 자신의 본성에 맞는, 참 자아의 길, 자신의 참된 소명을 일찍부터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책은 자아와 소명에 관한 책이다. 또한 어두움으로의 여행, 빛과 그림자의 역설적 공존과 긴장을 품는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내면의 삶과 외적 활동과의 조화로움을 말하며, 개인의 고독과 공동체의 돌봄이 함께 하는 ‘고독의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성과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존엄성에 기반한,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나의 삶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어둠과 상처를 통해서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삶의 진실이 너무도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농담삼아 수천만원을 써서 한 문장을 배우고 왔다고 했다. 그 문장이 이 책에 들어 있다.

한 인간의 소명이란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란 프레더릭 뷰크너 Frederick Buechner의 문장이다. 한 인간이 참으로 자신답게 사는 길은 우선적으로 참 자아의 본성을 잘 알아차리고 그와 조율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침묵과 고독, 공동체속에서의 분별 등 다양한 영성수련이 필수적이다. 소명을 뜻하는 단어 Vocation은 Voice 소리에서 나온 것이다. 소명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경청의 영성’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내면으로의 여행이 세상의 절박한 요구와 만나는 봉사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봉사에도 자아의 능력과 한계라는 양면성을 제대로 알아차리면서 세상에 참여하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영적 여정에서 당연히 어두움으로의 여정, ‘영혼의 어둔 밤’의 경험은 필수적이다. 이 어둠은 제거되거나 은폐되어야 할 악한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겸손하게 하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 존재의 근원인, 생명의 무한한 자비 안에 머물게 하는 귀한 안내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에니 딜라드의 문장은 이러한 영적 여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 의식 깊은 곳에서는 폭력과 테러라는 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괴물들을 타고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테두리를 넘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과학으로는 밝혀낼 수조차 없는 거대한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메트릭스 구조와도 같은 그 속에서 세상만물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지점이 우리가 세상에서 말하는 선 善에게는 선한 힘을, 악 惡에게는 악한 힘을 주는 근원입니다. 이 지점은 매우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된 장입니다. 또한 이 지점에 다다르면 서로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은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143쪽)

진정한 영성이란 이렇게 내면의 깊은 어두움을 통과하여 도달한 생명과 자비의 거대한 바다와 같은 것이 아닐까? 그 바다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자유롭게 평안하게 노니는 것이 샬롬의 세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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