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죽 희죽
혼자 웃거나
뭐라고 자꾸
중얼거린다.

잠든 척
눈을 감거나
열심히 무언가
들여다본다.

정신병원 같다


동화작가 강정규의『전동차에서』입니다. 고도 孤島에 갇혀 서로에게서 소외되고 점점 사라져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어린이의 눈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신조어 혼밥, 혼술처럼 모든 것을 혼자 하는 1인 세대, 한 부모 세대의 시대가 사회적 문화로 점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정신병원 같은, 결코 건강하다 할 수 없는 문화입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화 이후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열악한 사회 경제적 조건 때문에 전통적인 가족체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나 알바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이나 자식은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자녀를 낳기 싫어서가 아니라 낳을 수 없는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외로워도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경제적 조건이 훨씬 더 열악했던 이삼십년 전만 해도 그 고통을 견디게 해 줄 ‘대가족’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롯이 혼자 견뎌야만 하는 외로움이 가족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대신하여 이런 고독과 절망을 잊게 해 줄 손쉬운 도피처가 가상현실입니다. 게임, SNS,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이 가져다 준 현실도피 말입니다. 눈앞에 사람이 있어도, 함께 밥을 먹어도, 회의를 하거나 한 공간 안에 있어도,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가상현실에 빠져 삽니다. 류시화 시인이 노래했듯 ‘그대가 앞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기막힌 역설이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너무 가혹한 진단인가요?

그러나 이런 절망과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듯, 우리가 겪는 이 사회 경제적 좌절이 새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가족’이 도래하고 있음을 볼 것입니다. 그것은 확대된 가족, 공동체입니다. 요한이 보았던 ‘새 예루살렘’이 하늘로부터 땅으로 내려오는 환상의 실현을 예감하게 됩니다. 새로운 가족으로 자리 잡을 공동체를 성서는 ‘하나님의 백성’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인종도, 국가도, 체제도, 빈부의 격차도, 성별과 나이도 뛰어넘는 것입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며 배타적인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제 다문화가정은 이미 친근한 이웃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닙니다. 열악한 사회 경제적 조건이 오히려 우리를 더 열린 풍성한 세계, 하나님의 나라로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족 이기주의가 해체되어야만 합니다. 혈연이 아닌 하나님 사랑 안에서 맺어진 공동체 인연이 더 소중해야만 합니다. 도래하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 손전화를 내려놓고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외로운 그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