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임의 권세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
두려움으로 몸서리치던 세상에
생명의 빛이 들어왔습니다.

봉인된 무덤 열렸다는 소식에
절망으로 검게 타버린 얼굴들이
봄꽃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불의가 난무하는 땅에서
굴종만이 미덕인 이들에게
더 이상 비굴함은 없습니다.

무덤 문 열고 부활하신 주님!
봄은 일어서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부활은 죽은 자가 일어서는 것임을 믿습니다.

깨어나지 않고 볼 수 있는 봄은 없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불의에 중독돼 무기력한 이들이
깨어나게 하십시오.

일어서지 않고 맞을 수 있는 봄은 없다고
누군가 말한 것처럼 억압에
가위눌려 있는 이들이
이제는 함께 일어서게 하십시오.


출애굽 사건 기사 가운데 “내가 넘어가리니”(출 12:13)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넘어간다는 말입니다.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간다는 것이지요. 유대인들은 이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간 사건을 자자손손 기억하기 위해 특별한 절기를 제정했습니다. 유월절입니다.?그뿐이 아닙니다. 저들은 유월절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삼기까지 했습니다. “이 달로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출 12:2). 한 해 시작이 되는 달은 아빕월(니산월)입니다. ‘아빕’은 새로운 시작이 되는 생명 즉 ‘이삭’을 뜻합니다. 새해 첫 달 이름이 ‘이삭의 달’인 것이지요. 이삭은 씨앗의 죽음을 통한 결실입니다.

나사렛 예수의 생애가 그랬습니다. 그의 부활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간 사건입니다. 그리하여 부활을 산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죽음의 기운에서 벗어나 생명의 기운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사건을 이처럼 출애굽 사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고전 15:20)라고 했습니다. 접속부정사 “그러나”에는 이생 즉 눈앞의 생에만 매달려 사는 삶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땅에 묻히는 씨앗이기를 부정하고 화려한 꽃이 되기를 바라는 삶, 겸허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고 주목받게 되기를 열망하는 삶, 섬김의 삶을 살지 않고 매사에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삶,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거부하고 허세를 부리며 살고자 하는 삶. 이 모두가 “그러나”에 걸려 넘어지는 삶입니다. 바울은 또 ‘만일 죽은 자의 부활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자문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죽는다”(31)고 합니다. 바울에게서 부활은 반듯이 성취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빌 3:12). 바울은 우리에게 죽은 자의 부활이 없다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죽음을 사는 이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죽음으로 밀어 넣습니다. 제 이익을 위해서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짓밟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고약한 짓을 일삼습니다. 마가는 이렇게 죽음을 사는 자들의 행위와 관련해서 ‘넘겨준’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도록 “넘겨준” 행위는 죽음을 사는 이들의 전형입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죄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니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도록 넘겨주었습니다.

부활을 사는 이들은 죽음 가운데 있는 생명들과 사람들의 삶을 보듬습니다. 자기 몫이 적을 지라도 가난한 이들의 몫을 빼앗지 않습니다. 자기희생을 개의치 않고 곤경에 처한 이들을 살려냅니다. 그리하여 부활을 사는 이들이 있는 곳에는 기쁨이 있습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연민이 있습니다. 그들은 의의 열매를 맺습니다. 반대로 죽음을 사는 이들은 독한 기운을 뿜어댑니다. 온갖 불의한 일들을 끊임없이 도모합니다. 연민 따위는 기대하지 못합니다. 거짓과 위선과 자기부정이 항상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부활의 실체가 무엇인지 지금은 우리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활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부활을 사는 사람들이어야 마땅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