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인생살이'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원한다. 그런데 나는 요즈음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때는 주위사람들과 내가 소통이 안 될 때인데, 요즈음은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수와 내가 친구가 되어 함께 살기로 한 30대에는 이상하게 예수와는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은데 사람들하고는 사방이 모두 막힌 것 같은 때도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네 마음대로 해석하기도 하였고 내가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은 것도 자기네 마음대로 지어내서 떠들어대는 일도 있었다.

기가 막힌 나는 예수와의 소통만 열심히 하며 그가 원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죽어라고 했다. 사방에 막힌 기가 뚫리기를 바라면서…….

내가 사랑을 베푼 사람이 나를 등지면서 나를 억울하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 패거리를 만드는 사람 때문에 예수를 바라보며 “그 사람이 왜 그래요?” 물어 보기도 하였다.

내가 먹을 것도 뒤로 미루면서 자기의 필요를 채워준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자기 이익만 챙길 때 나는 예수에게 질문 하였다. “이래도 되요?”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한데 이랬다, 저랬다하는 사람을 지켜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일텐데, 내가 그렇게 사랑하려고 흉내라도 내어보면 영락없이 그 사람들에게서 나를 배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통해서 점점 사람들과의 소통이 되어가는 것 같다.

‘공동체 운동’으로 하느님나라 건설에 공헌하겠다고 큰소리치며 시작한 나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가며 오히려 ‘공동체’는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는 말이다. 왜 내가 다가가는 것 보다 다가오는 것이 더 나을까? 바로 이런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 아닌가 싶다.

지난 4월, 김영운 목사님의 ‘에니어그램’책의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우리 공동체식구들은 너무나 행복함을 느꼈다. 모든 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억지로 일을 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자신만이 별로 재미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은 이 일에 끼어들어서 일을 하고 싶어서 하였다. 참석한 사람들도 자원해서 온 사람들이고, 생각보다 너무나 많이 와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아~ 공동체 운동이 어려운줄 알았는데 하기만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되는 것 자체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은총이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어 오는 것’ 같아 행복하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 행복을 어떻게 나눌까?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밌는 인생살이가 또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공동체식구들이 만나면 자주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더 하여주신대” “빈부귀천, 남녀노소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힘써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