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영성 수련에로의 초대


              

그러나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또 한 명의 ‘지구를 뒤흔든 사나이’가 있다. 오늘날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들으면 ‘창을 흔든 Shake+Spear’ 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는 ‘세계를 흔든 Shake+Sphere’ 걸물임을 더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어디에선가는 그가 창조한 인물들로 분한 배우들이 그가 적어 놓은 대사들을 그대로 읊조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가진 재주로 세상을 흔들었던 것이 결코 아니다. 그가 창조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사들이, 독자들은 물론 구경꾼들에게 자기와 주변과 세상을 들여다보도록 이끌면서, 그들의 가슴에 심대한 파문을 그려놓기 때문에 그 감동으로 ‘세상을 흔든’ 것이다.

인간성의 안팎을 그만큼 폭넓게, 깊이 있게 꿰뚫어본 통찰력의 소유자가 또 있을까? 그가 창조한 인물들의 희로애락은 우리 자신이 품고, 뭉개고, 갈무리하고, 표현하고, 발산하는 우리 자신들의 감정적인 무늬에 다름이 아니다. 꿈과 희망을 향해 달려가다가 넘어지고, 다치고 피 흘리는 우리들, 사랑하고 미워하고 갈등하면서 웃고 우는 우리들, 때로는 운명의 급물살을 타서 성공의 영광을 누리고 때로는 상처받고 피 흘리면서 운명이라는 것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우리들…. 그의 연극 속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배반하고 칼로 찌르는 배우들의 동작과 대사들 하나하나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감추어져 있거나 노출되어 온 자기 존재의 안팎을 살펴보게 된다.

그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했기에, 그런 다양한 인간 군상을 창조할 수 있었을까? 어떤 비밀스러운 탐구가 있었기에 인간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는 분명 ‘성격이 곧 운명’이라는 명언을 누구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실감했었던 것 같다. 그가 창조한 희비극은 곧 인간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성격들의 조화와 갈등과 폭발’이라는 몇 마디 말로 요약될 수 있으니까. 햄릿이 무엇 때문에 무너졌는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엇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으로 치달았는지, 맥베스가 무엇 때문에 운명에 걸려 넘어졌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살펴보자. 모두가 자신이 지닌 성격을, 자신의 성격이 도출해 낸 ‘격정’을 소화해 내지 못한 결과, 비극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격정을 소화하고 이기지 못하면, 그것은 마치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도 같다. 한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격정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게 되면, 나중에는 결국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그만큼 상처받고 피 흘리게 마련이다. 그것은 극중 인물들의 모습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실상이기도 하다.

에니어그램은 우리 자신의 됨됨이를, 우리가 지닌 성격의 문양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 안에 어떠한 격정이 웅숭그리고 있는지를 응시하게 한다. 셰익스피어도 에니어그램을 공부했던 것이 아닐까? 에니어그램을 통해서 인간성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들여다보고, 에니어그램이 가리켜 보이는 유형들이 품고 있는 ‘격정’의 감춤과 드러냄이 곧 그 사람의 인생행로를 결정한다는 것을 깊이 있게 읽었던 것이 아닐까?

당신은 에니어그램 중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당신 안에는 어떠한 격정이 숨겨져 있는가? 최근 세상에 선보인 김영운 목사님의 "에니어그램, 내 안의 보물 찾기"에는, 우리가 걸어온 인생행로와 우리 자신의 됨됨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는 힌트들이 여기저기에 마치 보물처럼 감추어져 있다. 행간 사이에서 우리 자신을 멈춰 세우고, 우리 자신의 됨됨이를 깊이 음미해 보자. 음미하지 않은 음식은 먹을 가치가 없고, 음미하지 않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지 않겠는가?

자기의 됨됨이를 모르고 사는 것은 살아 있으면서도 잠자고 있는 것과 같다.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 어두운 인생은 늪지를 걷는 것처럼 진척이 더디고 힘에 겨울 수밖에 없다.

밝은 인생을 구가하려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내가 먼저 깨어나야 내 인생을 밝힐 수 있고,
내 존재의 빛으로 내 주변 또한 밝힐 수 있다.

스스로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두려움과 욕망과 불안을
바로 보지 못하면 아무리 자유를 원해도 탈출구를 찾을 길은 요원하다.




무엇이 우리의 깨달음을 방해하고, 에너지를 가로막는가?
마음속의 무엇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고, 마음을 마비시키는가?
그리하여 우리가 왜 어떻게 자동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강박충동에 의해 반작용을 일으키는가?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기도 모르는 격정과 강박충동에 따라 살면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지낸다.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깨어 있으면서’ 균형 있는 삶'을 목표로 끈기 있게 수련할 때,
하늘빛을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내가 나의 격정을 똑바로 알면, 길이 보인다. 나의 열정이 보이고,
나의 장점이 보인다. 나 자신이 보이고, 나의 에니어그램이 보인다.
그러니 단점도, 강박충동도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기피할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격정과 강박충동을 오히려 크나큰 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 문제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뜻을 찾으라.
그러고 나서 그 뜻을 존중하라.
그 뜻을 소중히 간직하고 살라. 그러면 거기에서 큰 힘이 나온다.

격정 자체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격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격정을 바르게 다루면 격정은 복이요, 스승이다.

우리는 격정에서 우러나오는 큰 힘을 이용하여 삶을 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구가할 수 있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격정과 강박충동을 잘 다루면
우리의 인성은 우리 자신에게 동지가 되어 아름답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만,
잘 다루지 못하면 원수처럼 우리의 삶을 망쳐 놓기 일쑤다.

격정은 야생마와도 같다. 걷잡을 수 없도록 거칠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거칠지만 잘 조련하면 천리마가 될 수 있다.




상처를 묻어두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상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요,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상처는 겉으로 아무리 잘
싸매거나 덮어 두어도‘아픈 발가락’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영혼 한쪽에 빈 구석처럼 남아서, 언제라도 그것이 건드려지면 펄쩍 뛸 만큼 아프고, 그것은 곧 격정으로 터져 나온다.

상처는 숨기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붙들고 씨름하거나 싸우지도 말아야 한다.
그것이 옳은 것인 양 합리화시키거나 정당화시키려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드라마를 쓴다. 자기가 드라마를 구상하고, 쓰고, 연출한다. 자기 자신의 드라마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이는 없다.

격정의 포로가 되어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깨어서 우리 자신을 지켜보아야 한다.

자기 관찰을 진지하게 하면 적어도 똑같은 잘못이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에니어그램은 변화의 길이다. 격정의 꼭두각시놀음을 그만두고
활짝 깨어 있는 의식 상태에서 나와 세계를 바라보고
본래의 온전한 자아를 찾아 나아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