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5/2008

 

 

 

 

 

 

 

 

 

 

 

 

  공동체 만들기

 

좋은 친구

 

 

 

 

 

 

 

 

 

 

 





최 경 원


월요성서회원,
다솜학교 교감,
kckim812@yahoo.com






 


좋은 친구 하나 만이라도 사귀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게는 이런 친구가 하나만이 아니라 여럿이 있다. 하늘이 그들을 보내주셨다고 믿기에 더욱 감사하다.

‘좋은’ 친구가 무엇일까, 딱히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긴 어려운 것 같다. 그저 보고 싶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한 사이일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생각과 마음이 통하여 서로 나누며 챙겨주면서 정든 관계일까. 그러나 좋은 친구란 즐겁고 편안할 때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더 잘 드러난다. 누구 하나가 곤경에 처한다던지, 또는 둘 사이에 갈등을 겪을 때에도 적절한 시간과 공간을 두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어 같이 해결해 나가는 용기, 인내, 지혜, 그리고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성숙한 관계의 친구 사이에서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정을 쌓아가며 서로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참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나 또한 세상에는 위에서 열거한 이상적인 관계나 수식어로 표현되는 ‘좋은’ 친구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친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갖추어야 되는 ‘좋은’친구와 더불어 여러 모습의 이웃 친구들이 있다. 겨울철이 되면 여러 해 동안 어김없이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찾아와 나와 여러 주민들의 눈과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던 붕어빵 아줌마(몇 번씩 단속의 대상이 되어 우리들을 애타게 했었는데, 요즘은 볼 수가 없어 서운하고 그립다)를 비롯하여, 여름엔 옥수수, 겨울엔 군고구마와 군밤을 파시는 대로변의 아주머니, 남편은 신발, 가방 등 수선 기능자이고 부인은 과일을 파시는 부부, 재래시장 안의 옷 수선집 아줌마, 그리고 날마다 지하철 출입구 계단 중턱의 넓직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각종 나물거리를 다듬어 파시는 할머니 등이다. 또한 엄선하여 고른 질 좋은 과일을 트럭에 싣고 와 목 좋은 갈림길에서 정중한 매너로 파는 아저씨도 있고. 늦은 저녁 시간에 지하도 한 코너에 좌판을 펼치고 빼어난 솜씨로 손수 만든 액세서리를 전문숍 못지않게 진열하며 파는 언니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이 분들의 나이도 이름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매일 그 자리에 있으므로 반가운 마음과 고마움을 느낀다. 어느덧 이들은 나의 동네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삶의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분들로서 모두들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정겨운 분들이다. 나는 이 분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당한 값을 치르고 기분 좋게 거래하는 것 이상으로 살가움과 연민을 느끼고 존경해마지 않는다.

이 분들과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2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정이 흠뻑 들었다. 이러저러한 형편에서 강인한 생활력으로 가족을 뒷바라지 해 왔을 그들을 생각하면 왠지 숙연해지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리고 항상 부지런하며 긍정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참으로 뿌듯해진다. 그들은 진정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이들 앞을 지날 때면 어떤 때에는 일부러 사기도 하고, 사지 않을 때라도 종종 눈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묻곤 한다. 귀가 길에 먹을 것을 사갈 때면 좀 나누어드리기도 하고, 여성들에게는 썬블럭이나 미백제 등의 화장품을 선물한 적도 있다. 언제인가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먹거리를 군고구마 아주머니께 드렸다. 그분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어 통째로 드린 것이다. 나는 이미 주신 분의 마음은 충분히 받았으니까…. 이들도 나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주어 한층 더 인간적인 교감을 쌓으며 훈훈함을 나눠왔다.

며칠 전, 압구정역 1번 출구의 첫 번째 계단부터 십여 개 아래 계단에 이르기까지 층층이 고무줄, 때수건, 환경수세미, 경조사 봉투 등등 수 십 가지 생활 잡화를 가지런히 늘어놓고 파시는 할아버지와도 친구가 됐다. 지난 수년간 이 분과는 교제가 거의 없었고, 항상 한쪽에 기대에 쭈그리고 앉아계시기 때문에 늘 측은한 마음만 들 뿐 친구로까진 발전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날은 그 분을 향한 마음이 불현듯 솟구쳐 사가지고 가던 빵 하나를 정성스레 대접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반갑게 받으셨고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한 아주머니와도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와 친구가 됐다.

이렇듯 나의 이웃 친구들은 연령이나 성별, 형편을 떠나 형성되어왔다. 그들은 나에게 인생을 알게 해주며, 세상을 보게 해주는 귀한 분들이다. 그분들이 나에게 주는 것은 내가 드린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베푸는 말 없는 ‘우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하다. 이들은 비록 말 없지만 나를 한 층 더 성숙하게 변화시키는 위대한 설교가이고 선생님이다. 그야말로 이들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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