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교회처럼 만만한 게 있을까? 그리고 목사도! 지나칠 정도로 자신들을 내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마구 돌을 던지는 시대지만 교회와 목사는 숨조차 쉬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고 고백하는 지역교회나 목사, 성도들끼리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남을 향해 손가락질을 열심히 할수록, 비난과 정죄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자신은 의인이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 말고는 다 나쁜 놈이라는 시대지만 ‘에클레시아’인 우리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불의하고 잘못된 것을 ‘우리끼리’니까 모른 척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도 좀 돌아보고, 앞뒤 정황도 살펴보고 난 후에 돌을 던져도 절대 늦지 않은 일이다. 교회의 잘못을 자신이 ‘예수라도 된 듯’ 평생(?) 정죄하는 일에 앞장서는 어느 고명한 분이 영혼 구원을 위해 ‘복음’을 전했다거나, 어느 교회나 목사나 믿음의 형제를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촌닭으로 사는 내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빈대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잘못을 저지를까 봐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목사로 살기도 쉽지 않고,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는 교회가 되기도 쉽지 않은 세대이다. 하기야 쉬운 시대가 있었겠는가? 많은 사람이 모르거나 잊고 있는 것 같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것이고, 목사도 죄인이라는 것을! 다만 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받았음 以信稱義을 믿고, 그에 걸맞은 존재가 되기 위해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힘쓰고 애쓰는 자들임을.

젊은 시절 잠깐 언론과 관계한 적이 있다. 한국교회가 부 富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사회를 위해서는 재정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한다면서 교회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던 때이다. 그런데 한 신문이 지나치리만큼 심한 글을 사설로 실었다. 목사인 내가 보기에 그 필자는 한국교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통계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기회가 되어 그 논설위원과 사설 내용을 화제로 삼아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논지 論旨를 고집하는 그분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더니 내 말을 수긍했다. 의외로 우리나라 교회의 대부분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큰 교단이라는 감리교회의 경우 자립(?)의 기준이 되는 결산기준이 연 3,500만원이다. 목사가 연봉을 그만큼 받는다는 말이 아니라 일 년 동안 교회에 들어 온 돈이 그만큼이라는 말이다. 거기서 교회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경비를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그런데 그 기준에도 달하지 못한 교회가 적게 잡아 대략 40%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목사들도 맞벌이하거나 흔한 말로 투잡을 당연시(?)하기까지 한다. 현실적으로 교회끼리도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하다. 수십만이라는 교인 수에, 수백억 이상을 결산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헤아리기도 민망한 교인 수에 결산이라는 말이 무색한 교회도 부지기수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가령 형의 연봉이 일억이고, 아우는 무직자라고 가정하면, 이 형제의 연봉 평균치는 5천만 원이다. 그런데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우를 향해 연봉이 5천만 원이나 되는 놈이 커피 한 잔 살 줄 모른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 아우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 호에 언급한 교회에 부임해 보니 은퇴하신 원로목사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교회 헌금을 목사가 다 가져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절기헌금도 목사가 몽땅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 조심스레 살펴봤다. 예상대로 심각한 오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 교회에서는 실질적으로는 목사가 모든 일을 다 한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꾼이 없어서다. 그러니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매주 목사가 돈을 타가는 형국이다. 또 하나 당시에는 상여금을 가봉 加俸이라 불렀다. 뭐 대단한 게 아니라 평소에 월급을 제대로 줄 수가 없으니 보태주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지금이라면 1/4분기 가봉, 2/4분기 가봉으로 구분했을 것을 재정 형편이 좀 나아지는 절기 때 가봉을 지급하며 부활절 가봉, 맥추절 가봉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살림을 모르는 사람들은 절기헌금을 목사가 몽땅 가져간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동안 그 누구도 묻지도 않았고, 묻는 사람이 없으니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기회가 되어 전후 사정을 설명했더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도둑놈(?) 소리를 들을 뻔했던 에피소드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빈정댈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교회와 목사가 오해받는 일이 너무 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