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우 문제 속에 이미 답이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만 버틸 수 있는 복잡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느낄수록 사람들은 그 반작용으로 단순한 삶을 더욱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심플’,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살아라’, ‘더 단순하게 살아라’, ‘미친 듯이 심플’. 집 책장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 제목들이다. ‘숲속의 작은 집’,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이름의 방송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삶에 대한 현대인들의 욕구를 발 빠르게 반영한 편성이다. 장황하게 현재의 시류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안다. 복잡한 것이 가져온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은 단순한 것, 본질적인 것을 회복하는데서 찾아질 수 있음을 말이다.

얼마 전 역대지상(새번역, 개역: 역대상) 성경을 읽었다. 서두에 길게 이어진 족보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10장 끝에 나오는 사울에 대한 평가가 마음에 머물렀다. 역대지 성경의 기록자는 파란만장했던 사울의 삶을 딱 두 줄로 단순화한다. “사울이 주님을 배신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죽었다. 그는 주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점쟁이와 상의하며 점쟁이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주님께 지도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님께서 그를 죽이시고, 그의 나라를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맡기셨다.”(역대지상 10:13,14).

역대지(개역: 역대기)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생활로 대표되는 고난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무엘기와 열왕기의 기초가 되었던 성경 텍스트를 새롭게 읽어내고 해석한 결과들이 담겨져 있다.

사무엘기에서 스물 세장에 걸쳐 소개된 사울의 이야기는 딱 한 장으로 과감히 생략된다. 사울의 40년 통치 역사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의 나열은 역대지의 관심이 아니다. 무너졌던 여호와 신앙을 다시 세우는 것이 유일한 관심이었던 역대지상하의 백성들은 무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극단적인 영적 미니멀리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울의 삶은 하나님과의 관계 communication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평가된다.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지켰는가? 부닥친 문제들을 여호와께 물으며 그 답을 찾으려고 했는가?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역대지의 백성들은 복잡하게 꼬여 있던 영적 문제들을 단순화시키며 해답을 찾아나간다.

사도행전 6장은 초기 교회의 위기를 전한다. 이웃을 구제하는 문제를 계기로 공동체에 잠복되어 있던 갈등의 씨앗들이 표면화된다. 갈등의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해결이 쉽지 않을 법한데 사도들이 내놓은 처방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우리가 이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우선순위를 바로잡는 것, 파생된 문제의 가지에 마음 뺏기는 것이 아니라 원천으로 돌아가 생명의 공급 통로를 다시 점검하고 깨끗하게 하는 일, 그 단순화의 처방이 교회의 생명력을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하였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채플과 종교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80%이상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성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꽤나 ‘극한 직업’에 속하는 일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 놓으려고 여러 가지 MSG(?)를 때로는 과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목사인가? 예능인인가? 이 혼란을 버티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이다.

비록 드물긴 하지만 수업 가운데서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다. 동기부여가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교사와 학생이 시편이나 복음서의 한 부분을 소리 내어 번갈아 읽을 때이다. 다른 설명이나 부가적인 영상자료의 도움이 없이도 말씀 자체의 단순한 힘이 그 순간 교실 안에 ‘무엇인가’가 일어나도록 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나 삶이 조금 복잡하게 꼬여 있음을 종종 느낀다. 문제 속에 답은 있다. 분주함으로 불어나 있는 영적 군살을 빼는 것, 모든 관계의 첫 단추를 잘 꿰는 것.-그 분과의!- 다시 ‘오로지, 힘써야 할 일’로 우리의 믿음과 일들을 좀 단순하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