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7 / 2019	목차 (2019년 7월호, 제281호) :햇순:을 읽고.. /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강정규 동시 실험교실 / 성서연대 수필 / 영성도서 소개(17) / 공동체소식

강정규 연재동화

권정생 2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발행인
kangjk41@hanmail.net

엄마랑 아빠랑
선생님 사시던 집에 왔다

참 작다
뒷간도 작고
뺑덕이가 살았다는
개집도 작았다

닫힌 문 앞엔
방명록과 볼펜 한 자루,
영정사진 속 선생님은 어쩌면
날 보며 웃으시는 것 같았다

10여 년 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
어쩌다, 사는 게 심란해지면 아빠는
문득 선생님을 보러왔다고 했다

쪽방문 앞 토방에
폐타이어 깔고 앉아 간밤 모기에 물린
마른 정강이 긁으며
개밥 사료 몇 알
씹고 계시더라, 했다
수해 심해 더더욱 굶주릴
북한 어린이 걱정하시더라, 했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마을 오두막 뒤란
무덤도 없이 흩뿌려진 뼈 조각들
무심한 새들 쪼아대는 빌뱅이언덕엔
올봄도 민들레 몇 송이 샛노랗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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