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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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띄우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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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깨어나는 3월 첫날에 선포되었던 기미독립선언문은 우리 교회 또한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커다란 물음표를 던져줍니다. 기미 독립 선언 90 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거기에 담긴 뜻을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때가 되었으니까 기념식을 하고 독립선언문을 건성으로 읽어 나갈 일이 아닙니다. 그 속에 담긴 뜻을 우리의 신앙고백으로 표현하고, 예배 속에 예전 Liturgy으로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한국교회는 깨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독립선언의 정신과 인류보편의 가치와 역사의식이 예전 禮典에 담기고, 그런 살아있는 예전으로 예배드리는 날, 한국교회는 깨어나고 갱신되고 살아날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의식을 담아 예전을 개발하고 예배를 갱신하면, 교회는 민족과 민중의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이며, 문화 속에 복음의 빛을 비추게 될 것입니다. 성서에 나타난 구원 사건의 중심은 출애굽 사건과 그리스도 사건에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히브리 사람들은 탈출 Exodus 하여 독립하였지만 그것으로 온전한 자유를 찾은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그리스도로 인하여 또 하나의 해방이 이루어져야만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해방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일제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우리 자신의 진정한 해방은 과연 이루어진 것인지,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기미독립선언문을 역사 속에 재해석하고 재현하여 그리스도 사건의 맥을 이어 예전을 가꾸어 간다면, 한국교회는 역사 앞에 정직하고 민족 앞에 성실한 교회로 우뚝 서게 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고통당하는 민중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고통당하는 많은 이들의 고난을 함께 나누어야 하고, ‘뜨거운 동정심compassion’과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선인들의 의기와 결단을 이어받아 교회가 여유분의 재산을 헌납함으로써 기부문화의 신기원을 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직자와 노숙자와 번민하며 고통당하는 이웃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 고난 받는 사람들 한가운데서 ‘초막치며 사신 예수님’을 믿는 교회, ‘인류를 위해 사신 예수님’을 믿는 교회임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위기의 때에 ‘자기희생의 본을 보이신 예수님’처럼 더불어 사는 사랑의 힘을 현실로 나타내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독립선언문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교회는 독립선언문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선인들의 기상과 큰 뜻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교회는 새로워질 것이며 선교는 새 기운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독립의 목적을 밝힌 선언문에서 우리는 교회의 선교 목적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도의를 살리는 일, 사람마다 제 인격을 옳게 가꾸는 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산을 물려주는 일, 자자손손 길이 행복을 누리게 하는 일을 외친 선인들의 정신과 도덕과 양심을 오늘 우리들의 교회는 적극적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그 어렵던 시절 높은 기상과 비전을 펼쳐 보인 지혜와 용기를 오늘 되살려 봅시다.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 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도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키워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 위에 던지기 시작하누나. 새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누나.’ 가슴이 떨립니다. 90년이 지난 오늘에도 온전히 새롭고 감동적인 말씀입니다. 이런 뜻 앞에서 깨어나, 이 뜻을 예전에 담아 예배를 드리고, 선교로 펼쳐서 그 기운을 문화와 사회와 역사 속에 꽃피우게 할 일입니다. 온 교회와 신자들이 온국민과 더불어 마음을 합하여 3,1 정신을 몸으로 사는 날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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