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잠의 저편에서 희미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면, 피곤에 빠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마도 자명종을 눌러 끄듯 그 소리를 멈추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황금빛 새벽이 밝아왔음을 알리는 그 음악 소리는 손을 뻗어 눌러 끌 수 있는 자명종도 아니고, 귀를 막거나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더구나 아무에게나 들리는 것도 아니어서, 여간 섬세한 신경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아예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잠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 소리를 포착한 사람은, 세상의 소리와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른, 미묘한 그 선율에 잠을 밀쳐두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잠과 꿈에 뒤섞여 어렴풋할 뿐이었던 그 음악은, 우리가 그 아름다운 비전에 취해 관심을 쏟을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분명해져서, 세상의 오케스트라에 비할 수 없는 우주의 장대한 교향곡을 연주해 준다. 이는 하나님을 향한 맑은 영성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만 포착될 수 있는 것이리라.

영성을 지닌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진정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먹고 마시고 아무리 분주하게 움직거려도 그건 곤한 잠에 취해 있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과거 수천 년의 여느 때와는 다른 황금빛 새벽이 오고 있고, 이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미 산과 강도 들판도, 거기에서 뛰노는 짐승들도, 예전과는 전혀 달라져 성서에서 이미 비전을 보여주었듯이 사자와 양이 들판에서 함께 뒹굴고, 개와 원숭이가 사랑의 눈맞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예언서들이 가리켜 보였던 빛과 사랑의 황금시대가 이제 곧 밝아올 것임을 확신한다. 이제 지구별이 빛의 행성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과정 가운데서 산고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좀더 큰 아량을 지니고 생존경쟁과 두려움에 근거한 인생살이는 이제 그만 졸업할 때가 되었다. 움켜쥐기 위하여 기를 쓰고 쥐어짜면서 자신을 구박하고 못살게 구는 짓은, 정말로 멈추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살아오던 것들은 그냥 배움의 과정이었음을,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온갖 우주만물이 아낌없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그 경이로움이 우리의 가슴 한복판에도 심어져 있음을 배우기 위한 산통이었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 만든 딱딱한 껍질 속에서, 껍질을 두텁게 하는 것만이 내가 더 튼튼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던 내게, 어느 날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찾아든 것은, 아마도 그 껍질이 어느 순간 엷어졌거나 잠깐 방심하여 자아라는 껍질의 틈새가 벌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틈새로 들어온 빛을 난생 처음 경험하면서, 자기 보호 본능에 기인한 “껍질 두텁게 하기”만의 경험으로는, 맛볼 수 없는 자유의 바람을 맞았다.

껍질의 틈새로 들어온 한 줄기 빛, 그것이 내게는 아마도 대전환의 계기였을 것이다. 이런 빛을 맛보이기 위해 선사들은 화두라는 물음표로 계속 껍질을 쪼으라고 하고, 가득 차 있으면 빛이 들어올 수 없기에 “잔을 비우라”는 명언을 되풀이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예수께서 “두드리면 열리리라”고 하신 것도, 안에서 껍질을 자꾸 두드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인류의 뭇 성인들이 제자들과 추종자들의 껍질을 깨뜨려 주기 위한 도우미들이었다면, 지구 대변화의 시기를 맞은 이 시대에 날마다 부활하는 예수께서 우리에게 다가와 어서 어서 껍질을 깨고 나오라고 속삭이고 있는 그 사랑의 속삭임을 듣기를 기도한다. 이러한 사랑의 속삭임을 듣는 기독교인들이 많아져서 그 수효가 일정한 임계치에 다다르게 되면 밤새 꽃이 활짝 피어나듯이,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지구에 새로운 공동체의 실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는 과연 어떠한 빛의 축제, 사랑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 축제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껍질을 깨뜨리고 다시 태어난 이후에는 껍질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겠지만, 우선은 그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면, 거기에는 어떠한 진통이 따르며, 우리 기독교인들은 어떠한 존재의 화학 변화를 경험해야 하는 것일까? 거대한 예수의 사랑의 빛 폭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쏟아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