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을 본받으십시오'
히브리서 13 : 7

기억할 수 있는, 기억하고픈 지도자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도자를 존경할 수 있고, 따를 수 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 자신도 행복하거니와 그 지도자 또한 행복한 사람입니다. 먼저 교회 안에서는 지도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가르침과 봉사를 통하여 신실한 삶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존경을 받을 만합니다. 나아가 그 믿음을 본받으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 지도자가 있는 공동체는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진리와 사랑으로 코이노니아가 이루어지고, 대화와 소통이 원활하기에 활력이 넘칠 것입니다. 말씀의 나눔이 사랑의 나눔으로 이어져 공동선이 이루어지며, 거기서 넘쳐나는 사랑의실천이 밖으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지도 자와 따르는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살게 될 것입니다. 지도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일러주거나 비전과 목적을 제시하거나 동일하게 사람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한 마음이 되도록 중론의 일치 consensus를 끌어내고 합의를 도출할 책임이 있습니다. 무릇 지도자는 누구나 이런 생각과 뜻을 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옳은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살겠다’ 또는 ‘국민을 받드는 머슴이 되겠다’ 또는 ‘교회를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말합니다.

그토록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바른 말, 좋은 말 다 하면서 사는데 굳이 ‘지도자를 기억하라’든가 ‘존경하라’든가 ‘본받으라’는 말을 어째서 해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뀌고, 사회?문화도 많이 바뀌었으나 지도자들이 걷는 길은 별로 바뀌지 않은 채 예나 지금이나 같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지도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때는 수줍음도 조심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차차 리더십이 강화되고 ‘권력 정치’ power politics에 익숙해지면, 매사에 ‘권력화’ 패턴이 형성됩니다. 정상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스스로 걷잡기 어려운 문제들이 줄을 잇게 됩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까지도 이기적인 야심이나 시기와 경쟁심으로 하게 됩니다.

처음 출발선에서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하였으나 권력에 익숙해지고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힘을 의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장이나 주창하는 패턴이 강화되고 설득과 강압이 자연스럽게 당연시 됩니다. 의견의 차이는 차별과 소외의 근거가 되고, 내 편이 아니거나 라이벌은 축출이나 제거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파워의 쓰임새가 이렇게 되면, 교회 안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집니다.

지도자가 이렇게 정상을 향하여 정해진 코스를 가면, 성공에서 비롯되는 ‘오만’ hubris born of success과 편견 때문에 추락하고 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추락한 지도자는 바로 이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일찍이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가르치시면서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 것입니다.

지도자를 기억하라는 가르침 속에는 지도자에 대한 존경과 함께 지도자를 따르는 삶이 그를 추락으로부터 지키라는 암묵적인 교훈이 있습니다. 지도자를 존경하고 따르고 본받고 기억해야 할 사람들의 몫이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신실성/진정성을 본받으라’하는 말씀 속에는 무서운 분별과 판단의 예지가 촉구되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스스로 예지와 용기와 관용과 비전과 추진력을 갖추는 지도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과 팔로워십 leadership & followership이 아울러 생각해야 할 주제로 떠오릅니다.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냉철한 분별력과 비판력을 겸비한 뜨거운 동정심과 존경과 사랑에 토대한 지원이 있을 때, 그래서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건강하게 조화될 때 공동체는 힘을 얻고 번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