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계속 의문으로 남는 것 가운데 하나는, 천안함이 폭침된 시간, 그것을 인지하고, 기록하고, 보고한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시 단위, 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사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나름으로 북한의 소행이 명확하다는 증거물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 증거물이라는 게 폭침이 일어난 일련의 시간과 어떻게 관련되는 지를 증명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데는 이처럼 시간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간을 소유하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측정능력이야말로 천지의 운행을 해석하는 능력, 천하를 얻고 통솔하는 능력의 원천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고대 제국들이 지닌 국력의 원천은 시간측정능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제국의 황제와 제후들이 신으로 군림했던 것 역시 그들이 시간의 ‘소유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은 권력이기도 합니다. 그 땅의 신민들은 황제가 베풀어주는 시간에 따라 살고 죽는 존재였을 뿐입니다. 이처럼 시간을 다루는 일이 소중했기에 고대의 제국들은 해시계, 물시계, 모래시계 등을 발달시켰고 점성가, 역술가, 지혜자를 낳게 했습니다.

구약의 히스기야 시대에도 해시계(왕하 20:11)가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고구려가 중원을 달린 비결은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천문도를 보면 알 법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고구려가 당나라에 망한 뒤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황제에게 시간측정을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조선반도가 시간의 지배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에 이르러 국운을 걸고 중국 몰래 장영실과 같은 과학자를 등용해서 정교한 해시계, 물시계를 만들게 했던 것은 빼앗긴 시간해석 능력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근대의 모든 문물이 서구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알고 보면 시간의 측정선을 그곳에 두고(그리니치 천문대), 정교한 시계를 대량으로 제작 보급시킴으로써 개개인의 시간 획득과 관리능력을 증대시킨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런 영국이 기존의 원자시계보다 더 정교한 차세대 원자시계를 개발했다는 보도가 연전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원자시계는 오차율이 1500만년에 1초 내외였는데, 새로 개발된 원자시계는 1억 년에 1초 정도의 오차 밖에 없다고 합니다. 초고속으로 끝없는 우주를 날아야 하는 우주인에게 단지 1억 분의 1초의 오차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의 우주개발은 시간통제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소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손재주가 남다르다고, 단지 의욕만으로 우주강국이 되는 게 아님을 우리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라의 주권이기도 한 시간은 그것을 측정하는 능력 못지않게 해석하고 관리하는 능력 역시 중요합니다. 신명기가 들려주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가 태어나기 전에, 하나님이 이 땅 위에 사람을 창조하신 날부터 이제까지, 지나간 때를 깊이 생각하여 보아라. 하늘 이 끝에서 저 끝에 이르기까지, 온 세계를 깊이 생각하여 보아라. 그리고 이런 큰일을 본 적이 있는지, 들은 적이 있는지 물어 보아라(신4:32). 여타의 해석은 거두절미하고, 시간을 해석하고 관리할 줄 모르면 미래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지난 1971년 7월 5일 무령왕릉 발굴시의 일화가 있습니다. 그 날은 우리나라 고고학계에 영광의 날인 동시에 통한의 날이기도 합니다. 2,900여 점의 찬란한 유물과 함께 1500년 간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백제 무령왕릉을 발굴하여 한국의 고대사 연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업적을 이룩했지만, 발굴 조사를 24시간 내에 ‘해치움’으로써 1500년 동안 한,중,일 세 나라와 연관된 소중한 시간의 정보들을 적지 않게 망실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고고학자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다루는 데 얼마나 무지한 사람들인가를 웅변해준 사건입니다.

새로운 교회를 짓는다며 으레 옛 교회 건물 헐어내는 일을 거리낌 없이 행하는 한국교회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시간을 돌아볼 줄도 모르고, 소중한 줄도 모르는 이들이 시간의 역사 속에 있는 교회를 말한다면, 거기서 무슨 미래가 나오겠습니까. 시간을 다룰 줄 모르면 남이 가공한 시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가 안보가 그러합니다. 광복 6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서둘러 광화문을 복원했다고 자주독립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