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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사단 사령부 전문 앞에서 백구를 인계받는다.
백구는 눈꼽이 끼어 있다.
백구는 코가 헐었다.
백구는 침을 흘린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삼촌이 백구를 데리고 의정부역으로 나온다.
의정부역으로 나오다가 북부역으로 방향을 튼다.
무임승차하기엔 북부역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의정부 북부역 주변은 한창 재개발 중이다.
삼촌은 정거장 쪽으로 가지 않고 철조망을 넘는다.
포크레인이 서 있는 곳,
땅이 파여 구덩이에 눈이 쌓이는 곳,
백구와 함께 삼촌은 살금살금
철조망을 넘어
곧바로 승강장 쪽으로 걸어간다.
눈발이 날린다.
전동차가 들어온다.
외투를 벗어
삼촌이 백구 등을 덮어 준다.
전동차 맨 뒷칸
휠체어가 서는 자리 장애인석 쪽으로 백구를
세우고
삼촌은 쪼그려 앉아 백구를 가린다.
잠시 섰던 전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점을 출발한 전동차가
눈발을 헤치고 달린다.
삼촌이 백구의 몸을 껴안고 창밖을 내다본다.
회룡→망월사→도봉산→도봉→방학→창동
녹천→월계→성북→석계→신이문→외대앞→회기
청량리→제기동→신설동→동대문
종로5가→3가→종각→시청앞
서울역→남영→용산→노량진→대방→신길→신도림,
드디어, 구로역에서 내린다.
그런데 집은 아파트,
우리 집은 현대 아파트
아파트는 안 돼!
애완견은 모르지만,
애완견도 안 된다고 반상회에서
똥싸고 오줌 눈다고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해 쌓는데, 이렇게 큰 개를 어쩌나
삼촌은 망설이고
백구도 걱정이 되는 모양
눈치를 본다.
눈보라 치고,
삼촌은 담배를 태운다.
이놈아, 대장이나 따라가지.
미국에나 갔으면 이 고생 안하지.
그렇지만 미국 믿지마라!
소련 속지 마라!
일본 일어선다!
때 없이 할머니 말씀이 생각나
삼촌은 담배만 뻑뻑 피운다.
그때 오이도행 열차 들어오고,
삼촌은 백구와 함께
전동차에 오른다.

“미미 언니!
그러니까 그때, 그러니까 그날, 삼촌이 백구랑 함께 우리 집으로 왔더라면, 그날 나는 학원 공부 끝내고 돌아와 백구를 만났겠지. 그런데 삼촌은 외갓집으로 갔던 거죠. 우리 외갓집, 그러니까 엄마가 태어나 자란 그곳은 반월공단 중앙역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산골마을, 꽃우물 동네랍니다. 꽃우물, 한자로 쓰면 화정리 花井里, 아름다운 전설의 샘이 있는 그곳 마을에 삼촌은 나중에 화실을 짓고 싶어 했어요.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떠나면서 버리고 간 빈집이 여러 채인 마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그래도 옛집을 지키고 사셨죠. 그곳 마을 폐교된 초등학교 옆에 삼촌은 나중에 화실을 갖기 원했죠. 그러니까 그때, 그러니까 그날, 백구와 함께 삼촌은 그곳을 생각한 거죠. 거기 빈집이 하나 있었거든요. 옛날식 기와집, 황토 방에 대청마루, 외양간과 절구, 멍석……. 그런 걸 삼촌은 좋아했던 거죠.”(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