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에 즈음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출입기자단과 산행을 함께 하고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나온 말이 전해졌습니다. ‘나는 대통령 노릇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해본 일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들은 이나 보도를 통해 접한 이나 제각기 느낌이 달랐을 것입니다. 자신감이 넘치고 능력이 있고 대범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할까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대범하기로서니, 고통당하는 이들에 대한 아픔이나 어지러운 현실에 대해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보기는 한 것일까? 더욱이 취임 이래 계속되어 온 남북대결 상황 속에서 지금 북한에는 굶주리는 이들이 도처에 늘어나고 있다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까? 의문이 줄을 잇습니다.

‘강영실’이 군대 안에서도 많다고 합니다. ‘강한 영양실조’의 줄임말이고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동족에 대한 아픔을 느끼는 일이 지도자만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이면, 하나님이 아파하실 일들을 보면, 자신들이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우선적 선택’ God’s preferential option for the poor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교회나 사회 어디에서라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지도자는 물론, 스스로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번민하고 고통당하는 사람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려는 자세로 세상을 향하게 마련입니다.

종교단체나 환경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반대한 4대 강 사업은 이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 차치해 놓더라도, 구제역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농민들과 방역 관계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바로 이 시점에서 자신감만 드러낼 수 있는 형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걱정은 하지 않더라도 관심은 가져야 할 것이고, 염려를 하지 않는다 해도 고민은 해야 할 일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에게 걱정과 두려움은 금물입니다. 아니, 죄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 모든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한다면서도 걱정하거나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불신앙의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나 광신이나 맹신이 아닌 바른 신앙을 지녔다면, 하나님께 맡기고 걱정하지 않고 기도하면서 그 기도가 응답되고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지니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과정에서 대개 사람들을 통하여 개입하고 활동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활동에 내가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기울이며 생각하고 관찰하며 고민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사도 바울은 ‘거룩한 고민’이라 한 듯싶습니다.

성서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처럼 ‘거룩한 고민’을 한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들고 탐욕에 빠져 우상숭배의 죄를 지었을 때, 고민 끝에 모세는 목숨을 걸며 중보기도를 합니다. ‘하나님께서 손수 쓰신 생명책에서 저의 이름을 지워주십시오.’(출 32:32).

느헤미야는 허물어진 예루살렘과 피폐해진 동포의 고난을 전해 듣고선 ‘주저앉아 울며 슬픔에 잠긴 채로 며칠 동안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느 1:4). 사도 바울은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거룩한 고민을 토로합니다(롬9:3).

예수께서는 민중의 수난사에 개입하시어 뜨거운 동정심 Compassion으로 고난을 함께 하셨습니다(요 1:14).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삽니다 Living in the presence of God.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경로는 바로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기 이전에 그냥 존재 그 자체로서 하나님의 측은지심과 사랑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스며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측은지심이 인격과 언행에서 고뇌의 흔적으로 드러나, 주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며, 하나님의 사람이기에 역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이처럼 거룩한 고민이 묻어나는 삶! 자기도 모르게 세상에 드러나는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