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4/2011	목차 (2011년 4월호, 제182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강정규 연재동화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강정규 연재동화

대장의 개 24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 발행인
한국아동문인협회장
단국대 초빙교수
kangjk41@hanmail.net

무대가 돌아간다.
별 단 개 가고 있다.
흰 뼈다귀 한 개 물고 간다.
아니, 무대가 돌아간다. 해장국 끊는 냄새,
침을 흘린다.
선지해장국, 뼈다귀해장국, 육개장,
소의 살코기 푹 고아 잘게 찢어
고춧가루, 파 마늘, 간장 기름 후추가루
양념하여 국물에 넣고
실파 갸름하게 썰어 듬뿍 넣고 끊인 국
육개장 냄새, 국말이 국밥냄새
침 뚝뚝 떨어진다.
별 단 개, 침 흘리며 걸어간다, 바람이 분다.
무대가 돌아가다 멈추고
비바람 분다
눈보라 몰아친다
별 단 개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캄캄한 밤, 저만치 깜박이는 불빛 하나
마침내 쓰러진다

편안했어
아주 편안했다구
엄마 품에 안긴 것같았어
살려고, 어떻게든 살려고
어떻게든, 그래,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어금니 옹다물고 대지를 헤맬 때는
그렇게 힘겹더니만
그렇게 죽겠더니만
에라, 무거운 짐
천근같이 무거운 몸뚱이
단내나는 입천장, 목구멍
짓무른 두 눈, 터진 입언저리
그까짓 목숨 하나 내던지듯 던져놓으니
그렇게 맘편할 수 없더라고
정말이지 엄마 품에 안긴 것같더라고,
천리만리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같은데
머리끝 곤두서는 것같았는데, 여전히
난 거기 그냥 누워있더라고

누군가, 눈꼽을 닦아주는 것 같았어
젖은 수건으로, 턱주가리를
닦아내는 것같더라고
그리고 또 누군가
내 엉덩이며
등줄기, 뱃가죽, 발바닥까지
목줄기도 주물러주더라고

어디서 꼭 지겉이 다 죽어가는 걸
잘도 주워오는구나
어디서 꼭 지겉이 다 죽어가다가
잘도 찿아오는구나.
이런 말소리도 들렸어.
엄니가 받아중께 찾아오지
엄니가 받아중께 데려오지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렸어
허리굽는 할머니,
앉으면 굽은 허리 용하게도 펴지는
국밥집 주인 할머니
별 단 개 몸둥이 주무르고
두 다리, 두 팔
두 발목, 두 손마디
모두 다 왼손으로 조금씩 돌아간,
두 눈알도, 입조차 고개마저 왼 쪽으로
약간씩 돌아간
국밥집 양딸 춘자씨
물젖은 걸레 다시 더운 물에 헹궈다가
별 단 개 몸뚱이 닦아준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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