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아이들한테 2월은 참 중요한 달입니다. 한 해 살이를 잘 마무리하고, 새 학년을 앞두고 서로 마음을 모으는 달이기 때문이지요. 볍씨 막내둥이 1학년 꼬마 아이들도 지난 2월 볍씨에서의 첫 1년을 돌아보고, 나한테 해주고 싶은 최고의 칭찬을 뽑아 상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도 하고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도 들으며 아이들이 직접 만든 특별한 상장들.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봅니다.

<잘 했어 상> □□□는 1년 동안 친구들을 잘 챙겨주고 알려주고 도와줘서 이 잘 했어 상을 드립니다.

<자전거 타고 할머니 집에 가다> 차를 타고 가면 39km인데도 갔다. 우리 집에서 준비하고 나가서 안양천으로 가서 쉬다가, 한강하고 안양천하고 만나는 곳에 가서 쉰 다음, 할머니 집으로 갔다.

<더 하고 싶어> 옛날에는 안 놀았는데 지금은 잘 논다.

<평등설명 상> ○○○는 친구들에게 평등하게 설명을 잘 해줘서 이 상을 드립니다.

<피아노 상> 피아노상은 왜 피아노상이냐면 나는 꿈도 피아니스트니까 피아노상이라고 제목을 썼다. 또 축하해. 상 받아서. △△가 △△에게

<재밌어 상> ▽▽▽은 친구에게 잘 설명을 하고 웃겨줘서 이 상을 드립니다.

아이들이 1년을 마치는 날, 이 상장들은 친구의 손에서 주인한테 전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만든 상장에 써 있는 말들을 정성들여 읽어주고 잘 전해주고 꼬옥 안으며 축하해주었습니다. 제 차례를 기다리던 한 남자 아이가 하는 말. “왠지 감동적이야~.”

1학년 아이들은 마침보람 때 언니 반한테 줄 상장도 만들었습니다. 마침보람은 1년 동안 볍씨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선보이고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아이들은 노래말을 바꾸어 부르거나 연극을 하거나 악기 연주를 하거나 춤을 추며 다채롭게 1년 생활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언니 반 동생 반 서로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아내서 상장을 주기로 했고, 그래서 이런 상장들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이 만든 것)

<재밌는 놀이 즐거운 노래 상> 풀잎반(2학년)은 재밌는 놀이를 지어내고 잘 놀아요.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노래를 너무 크게 불러서 옆방까지 들려요~ 풀잎반 언니 오빠들은 사이좋게 논다~. 사랑해♡

<악기 많이 상> 언니오빠 4학년 올라가는 거 축하해. 장구랑 피아노 잘 치고, 리코더 하모니카 잘 불어. 우리는 그런 거 못 부는데 다음에는 우리도 알려줘. 언니 오빠 4학년 올라가는 거 정말로 축하해.

<동생 잘 봐 상> 푸른숲반(6학년)은 들살이 때 이거 해야 한다고 잘 알려주고 어려울 때 도와줘서 이 상을 드립니다!

그리고 며칠 안 있으면 볍씨 심는 날이 옵니다. 볍씨 심는 날은 새 식구들이 본격적으로 볍씨에 풍덩 젖어드는 날이고, 오래 된 볍씨 식구들이 새로 들어오는 1학년 동생들과 전학 오는 친구들을 환영하며 새로운 볍씨로 맞아들이는 날입니다. 이 날엔 볍씨 새 식구만 오는 게 아니라 기존의 볍씨 아이들과 볍씨 식구들이 모두 와서 사람들로 북적북적 합니다. 다 같이 기뻐하는 잔칫날이라 그렇습니다.

볍씨 심는 날 행사의 모든 순서는 아이들이 직접 준비합니다. 올해 사회와 학교 소개는 구름반(6학년) 아이들이 맡았습니다. 식장은 통일반 최고 큰 언니들이 꾸미기로, 걸게 그림과 이름표는 풀잎반(3학년)과 나무반(4학년) 아이들이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제 언니가 되는 온누리반(2학년) 아이들은 볍씨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7-8학년 언니들과 축하공연을 준비합니다. 자연반(5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을 소개하는 역할을 자원했습니다. 볍씨 심는 날 행사가 끝나면 함께 두레상을 먹습니다. 반별로 이모들이 밥과 국, 잡채, 전, 나물, 봄동무침, 깍두기 같은 음식들을 준비해 와서 새로 온 식구들과 함께 밥도 나누고 정도 나누고.

끝과 시작을 담은 볍씨의 2월과 3월. 풍성하고 따뜻한 기운 속에서 새로운 1년을 열심히 꾸려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