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018

 

 

 

 

 

 

 

 

 

 

 

 

  편지로 띄우는 말씀

 

여성의 눈으로 보는 광주민중항쟁

 

 

 

 

 

 

 

 

 

 





이 은 재


목사
무지개공동체교회 담임
대한에니어그램영성학회 고문
성서공동체연대 대표
전 산돌학교장
kszukero@hanmail.net






 


5.18 광주민중항쟁이 시작된 그때, 저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사단 61연대 3대대 9중대 2소대 소대장으로 80년 5월 21일 광주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경험한 광주는 한 인간으로서 또 한 신앙인으로서의 제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 38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여성들에 대한 군인들의 집단적 가혹행위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고 새로운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운동과 혁명의 최종 목표는 여성해방에 있다고 믿는 저는 오늘 글 제목을 민주화운동 대신 민중항쟁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였습니다. 여성이야말로 민중의 끝에 서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항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그 끝은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분야에서 진정으로 평등한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비로소 민주화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엄군이 도청을 탈환하고 광주를 점령한 후 저녁 7시(8시?)면 통행금지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계엄군들은 시내 곳곳에 초소를 세우고 순찰을 돌았습니다. 물론 계엄군들은 시민들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낮에는 동네를 청소하기도 하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분노를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들과 군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고 시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했습니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밤이 깊은 10시쯤 순찰을 돌고 있던 제게 웬 할머니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손녀딸을 데리고 다가왔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끓여 군인들에게 대접하겠다고 초소를 돌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소대장이라는 것을 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공수부대원들이 진짜 그렇게 시민들을 무참하게 죽였습니까?” 끝없이 퍼지는 소문들을 계엄군이었던 저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내 앞에 공수부대원이 있으면 돌로 때려죽이겠다!”

저는 속으로 적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 할머니가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저리 말씀하실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이들의 한 恨이 100년 뒤에는 풀릴까 하는 서늘함이었습니다. 낮에 만났던 수많은 동네 아주머니들, 계엄군들에게도 아낌없이 식사를 대접하며 웃던 그분들의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요?

광주에서 여성들은 시민들에게도 군인들에게도 똑같이 다가갈 수 있는 중간자였습니다. 그것은 독재, 정권, 혁명, 저항 등 어떤 정치적 입장에 서서 싸웠기 때문이 아니라, 눈물로 생명을 끌어안고 품어주는 모성과도 같은 여성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광주항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항쟁이 끝난 이후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이 위대한 여성성을 군부독재세력은 자기모순과 두려움, 그리고 욕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반면 시민군들은 이 여성성을 근본으로 한 여성들의 봉사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싸움은 남자들의 몫이었고, (그래서 공과도 남자들의 것입니다.) 눈물은 여자들의 몫이었습니다. 떠나간 자들은 남자들이고 남아서 여전히 고통을 삭혀야 하는 자들은 여자들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의 몫을 모두 껴안고 감내해내고 있는 진짜 민중, 여성들의 항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역설이지만, 이 여성들에게서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었기에 겪어야 했던 아픔과 고통을 경청하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내재화하고, 정치적 해결과 더불어 인간과 생명에 대한 모성적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찾아야 길을 비로소 찾게 되지 않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Me Too 운동이 남녀관계가 ‘소유가 아닌 존재와 사랑’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광주여성항쟁은 지금도 보수-진보로 양극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 존재와 사랑의 차원으로 우리의 의식을 도약시켜 줄 소중한 토양이 된다고 믿습니다. 38년 전 광주 양림동에서 만났던 할머니, 그리고 그 손녀딸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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