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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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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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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이웃을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나의 행복, 나의 불행은 수많은 관계들과 어울려 있습니다. 말 못하는 생명체들과 무기물까지도, 땅 밑의 지렁이와 하늘의 별들까지도 내 삶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한적한 시골로 내려갈지라도, 이웃과 불화하고 자연과 불화하면 거기서도 평화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에게 요구합니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너도 이웃의 행복을 위하고, 네가 불행하지 않으려거든 너도 이웃을 불행하게 말라고. 성경은 추상적인 이웃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 힘으로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연약한 이웃들을 말합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빼앗지 말라고 합니다. 남의 밭에 떨어진 이삭이라도 먹어야 하는 사람들, 하루하루 벌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날품팔이, 장애인, 낯선 땅에 사는 외국인, 사회적인 약자 등의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빼앗지 말라고 합니다(레 19:9). 우리는 이웃을 생각할 때마다 물질의 시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성경의 가르침은 좀 더 차원을 달리 합니다. 바울의 성도들을 향한 권면을 보면 언제나 공동체로서의 이웃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로 화목하게 지내십시오.” “모든 사람에게 오래 참으십시오.” “악을 악으로 갚는 사람이 없게 하십시오.” 그리고 이어서 “항상 기뻐하십시오.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범사에 감사하십시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살전 5:13-15) 라고 합니다. 이 문맥에서 기쁨, 기도, 감사는 앞의 ‘공동체로서의 이웃’에 대한 결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 기쁨, 내 기도, 내 감사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논법입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많은 이들이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웃 없는 기쁨, 이웃 없는 기도, 이웃 없는 감사를 구합니다. 내가 부자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러나 나 홀로 부자 되기만을 바란다면 공생의 질서를 해치게 됩니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러나 나 홀로 행복하려 한다면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 행복은 이웃의 행복일 수 있어야 하고, 내 감사는 이웃의 감사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도는 나 혼자 하는 기도라 할지라도 기도의 중심은 항상 ‘우리’여야 합니다. 바로 공생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기도’가 그런 기도이지요. 예수께서는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마6:19-20)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보물이 무엇이겠습니까. 언뜻 재물로 여겨지기 쉬운 말이기는 하지만 보물이라는 말의 성격은 그게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이 앞에서 구제, 기도, 금식을 삼가고 조심해야 할 ‘경건한 행위’로 가르치신 바 있습니다. 보물은 다름 아닌 구제, 기도, 금식과 같은 경건한 행위인 것입니다. 사람에게 보상받기 위한 구제, 기도, 금식은 더 이상 보물일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이웃을 향한 행위는 ‘사랑의 빚’을 갚는 자의 행위여야 합니다. 사랑의 빚은 그 끝이 있을 수 없고, 한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왜?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나 같은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이웃과 공생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녀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믿음은 참으로 열정적입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공공성이 결핍된 믿음입니다. 시쳇말로 시장경제형 믿음인 것이지요. 요즘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연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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