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욕망과 성공주의의 아이콘이 된 ‘스카이 캐슬’. 피도 눈물도 없이 오로지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목적인 이들, 세상을 단순히 피라미드 구조로만 여기고 그 꼭대기에 올라서는 것 외에 타인의 고통 따위는 철저히 무관심한 그들만의 언어는 미세먼지만큼이나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언어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의 찬가’입니다. 1-3절에서 말하는 방언하는 능력, 예언하는 능력, 산을 옳길 만한 괴력, 세상 비밀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초능력 등은 여타의 종교에서도 추구하는 욕구들입니다. 바울은 사람이 비록 이런 종교적인 능력을 모두 지녔다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4-7절에서는 “사랑은 ∼이 아니다”라는 부정사를 통해 사랑을 보다 명료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8-13절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고, 사랑의 절대적인 온전성을 말합니다. 다른 모든 것이 사라질지라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왜 믿음, 희망, 사랑 이 세 가지만을 영원히 “남는다”고 하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사랑만이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특별한 능력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것들이지만, 믿음 희망 사랑은 모두 하나님을 지향합니다. 믿음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성령의 다른 은사들 곧 방언, 입신, 투시력, 지력, 용기, 치병능력 등과는 구분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영원한 표징입니다. 바울은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다 죄가 된다”(롬 14:23)고 하였습니다. 믿음은 사람이 하나님을 인식하는 통로입니다. 희망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는 내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인내를 수반합니다. 희망 없이는 내일이 없고, 내일이 없는 사람은 인내를 못합니다.

사랑은 하나님 자신의 본성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가령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낳은 자식을 극진히 사랑하고 돌보는 여인을 ‘어머니’라고 하듯이,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라는 말도 이와 같습니다.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기 이전에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했듯이,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것입니다(요일 4:19). 우리의 이웃을 향한 사랑은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어야 참사랑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에서 나온 사랑은 바람 앞의 촛불과 다를 바 없습니다. ‘스카이 캐슬’에서 ‘민서 엄마의 사랑’은 자식의 영혼을 죽이고 스스로 파멸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하나의’ 덕목이 아니라 그리스인이 되게 하는 ‘존재양식’입니다. “믿음 희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다”고 한 것은 믿음이 완성되고, 희망이 완성되었을 때 마지막에 남은 것은 하나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날 세상은 완성됩니다. 저마다 자기 빛을 드러내고자 하는 세상 것들이 다 사라지고, 오로지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영화로운 광채를 드러내실 때 나도 세상도 온전해집니다.

세상은 여전히 사랑이신 하나님을 모실만큼 성숙되어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랑이신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세력들이 상존합니다. 세상 나라들은 더욱 강력한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하나님 나라의 징조들을 전복시키려고 합니다. 예수를 죽이려는 자들이 가룟 유다와 손을 잡았던 것처럼, 세상 나라들은 하나님 나라의 권세를 파괴하고, 사랑을 파멸시키기 위해 혈안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팔복과 같은 삶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가난하게 살고, 청결하게 살고, 자비를 실천하면서 살고, 평화를 위해서 살고, 의를 위해서 사는 삶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이 주님을 기뻐하는 삶이요, 하나님 나라 일꾼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 나라들로부터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삶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복이 있다는 게 팔복의 지론입니다. 예수를 죽이려는 자들에게 가룟 유다는 내부고발자요 영웅이지만, 예수 편에서 유다는 비열한 자요 스스로 멸망의 문으로 들어간 자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이르러 하나님께서 약속한 진정한 복이 무엇인지를 짐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복입니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그분 안에 있고,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서 승리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인생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승리한 인생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승리한 인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