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손수레에 가득 담긴 폐지를 힘겹게 밀고 가는 허리 구부정한 노인의 긴 걸음을 보았다. 찬 눈을 맞으며 손수레가 파묻히도록 넘치는 짐을 힘겹게 밀고 가는 모습에 울컥했다.

어쩔 수 없는 버거운 짐을 켜켜로 쌓아서 제대로 밀리지도 않는 무게를 겨우 끌고 가는 형상이 인생을 닮았다.

여전히 가난한 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우린 무엇을 꿈꾸며 사는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리도 없는지.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간 후배 목사의 인생 여정이 아프게 다가온다.

노숙자들을 돌보다가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하고 누워있는 김 목사를 병문안했었다. 그 무렵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의 잔치와 무관하게 그의 얼굴은 창백했었다. 신장암을 뒤늦게 발견한지 넉 달 뿐이 안 되었는데 뼈에까지 전이되어 항암 치료를 받아야만했다. 기대어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한 그가 남아있는 미래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회에서 채 돌보지 못한 이들을 돌보며 산다는 건 자기 목숨 하나 내놓고 사는 거와 다를 바 없다. 하늘의 뜻을 저버린 이들은 버젓이 가진 것을 누리며 살고 있고 그렇지 못한 정의로운 이들은 구석진 곳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우리가 이 땅에서 육적으로 승승장구하길 원하지 않는다. 좀 모자라도 주신 것에 감사하며 날로 날로 영적으로 새로워지며 아버지의 형상을 닮아가는 자녀가 되길 원하신다.

머리 둘 곳이 없이 살았던 주님을 믿고 따른다는 건 이미 많은 걸 버리는 삶이다. 빛은 어둠속에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거고 소금은 흔적 없이 녹아서 맛을 내는 것이다. 주님과 더불어 산다는 건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조차도 내가 하는 게 아니다. 그분이 내 안에서 하시도록 하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아프고 상처 받은 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분의 마음이다. 인생의 길목에서 누구를 만나든지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내가 한 것이 아니고 그분이 하신 거다. 그러니 자랑할 게 없다.

한때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살면서,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가난보다는 피폐한 영혼이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 경험하였다. 야고보 사도는 우리 인생을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다고 했다. 우리의 본향은 하늘나라이고 이 땅의 삶은 나그네일 뿐인데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돌아본다. 이 땅의 생각과 미련으로 사망을 이루는 근심을 하는지 하나님 뜻대로 사는 훈련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이 땅의 것이 아닌지, “몸을 가졌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거 아닌가요? ”라고 끊임없이 변명하는 건 아닌지.

무성했던 잎들을 다 떨구어낸 빈 나뭇가지 끝에 쉬고 있는 산까치처럼 아무것도 가진 게 없기에 저리도 훨훨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가진 것이 너무도 많아서 움직임이 둔한 게 아닌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길고 긴 가지 끝에 채 떨어지지 못하고 붙어있는 마른 나뭇잎들과 새둥지. 아직은 생명은 계속된다.

그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진다 해도 나무는 숨죽이고 서서 꽃 피울 봄날을 기다린다. 그러니 후배의 죽음은 슬퍼할 일만 아니다. 그의 뜻이 아니 하늘의 뜻은 누군가를 통해 발현될 것이니. 어쩌면 우리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 그분이 다 알아서 하실 것이다. 그러니 우린 묵묵히 그분의 뜻을 따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