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금세 병원에 도착했다.
“우리 꼬마가 백 원짜리 동전을 삼켰는데 어떻게 하면 되지요?”
아빠가 안내석에 앉은 아저씨에게 물었다.
“접수하시구, 응급실로 가세요.”
안내석의 아저씨가 말했다. 아빠가 접수 창구를 거쳐 응급실로 가셨다.
“우리 꼬마가 백 원짜리 동전을 삼켜서 왔는데요.”
아빠가 응급실의 누나에게 말했다.
“우선 엑스선 사진을 찍어봐야 돼요.”
안경 쓴 누나가 경완이를 의자에 앉혔다.
“숨쉬는 데 불편하지 않니?”
청진기를 목에 건 누나가 물었다.
“네.”
“그럼 됐다. 저쪽 촬영실로!”
아마 의사인 것 같았다. 경완이는 예쁜 누나가 삼촌의 색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쁜 누나만 보면 그랬다.
“동전 삼키는 애는 종종 있나요?”
아빠가 엑스선 촬영실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럼요, 단추를 삼킨 아이두 있구요.”
아저씨가 말했다.
“아, 지금도 그런 애들이 있군요.”
아빠가 빙글빙글 웃으셨다.
“숨구멍을 막으면 큰일이죠, 백 원짜리 동전 하나 꺼내는 데 오만 원도 넘게 드니까요.”
“오만 원 들이면 나오긴 나와요?”
“꺼내지 못하면 정말 큰 일 나게요?”
아저씨가 말했다.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이미 가슴 밑으로 내려갔나 봐요. 밤에라도 이상 있으면 이비인후과로 데리고 오세요.”
예쁜 누나가 필름을 비추어보며 말했다.
“누나가 의사예요?”
경완이가 물었다.
“응, 그런데?”
“고구마 쪄 먹구 똥 누면 나와요?”
경완이가 다시 물었다.
“너 처음이 아니구나.”
누나가 웃었다.
“전 처음인데요, 아빠가 어렸을 때 그러셨대요.”
경완이가 말했다. 의사도 웃고, 간호원들도 웃었다. 아빠가 꿀밤을 한 방 먹였다.
“괜찮대요?”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물으셨다.
“뭐라구? 고장난 공중전화기라구? 어서 그 고구마나 삶아요. 가만있자, 또 뭐랬더라....”
아빠가 말씀하셨다.
“벙어리 저금통....”
경일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식구들은 겉과 달리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고구마 삶아줄 테니 먹을래?“
엄마가 이렇게 묻는 것이나, 아빠가 계속 담배를 피워 대시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내일 운동회에서 달릴 수 있겠니? 무용 순서두 있다며?”
경일이도 염려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달리면 빨리 나오겠지 뭐....”
경완이가 대꾸했다. 엄마는 고구마를 삶고 계셨다.
“걱정 말아요.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필요없는 것은 밖으로 밀어내게 되어 있으니까....”
아빠는 계속 담배를 피우시며 스스로 위로하듯 말씀하셨다.
경완이는 고구마를 세 개나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경완이는 꿈속에서 달리고 있었다. 일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가 손뼉을 치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어느새 백 원짜리 동전에 그려진 할아버지였다. 똥구멍이 간지러워서 더더욱 힘차게 달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운동회 전날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