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라는 말은 신약성경 마가복음 7장에 나오는 말이다. 예수께서 갈릴리 호수에 이르실 때 사람들이 ‘귀먹고 어눌한 자’를 예수께 데려왔고 예수는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서 손가락을 양쪽 귀에 넣고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며 하늘을 우러러 ‘에바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 사람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할 수 있었다.

‘열리라’라는 뜻을 가진 에바다는 특히 장애를 갖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꿈의 말씀이기도 하다. 자신들에게도 2천년 전의 사건이 일어나길 소망하는 귀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귀한 단어가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모습의 상징으로 장애인들에게는 기억되고 있다. 96년 11월 평택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를 둘러싼 장애계의 갈등은 온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다.

선교사가 설립을 했고 개신교 목사가 운영하는 에바다복지회는 청각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인 농아원과 장애인복지관, 장애인학교 등의 시설을 운영하는 청각 장애인 시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이 충만해야 할 이 곳에서 안타까운 소식들이 계속 전해졌다. 각종 지원금이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어린 청소년들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폭력과 실종 등 각가지 의혹들이 일어나자 급기야 이곳에서 생활하는 농아원생들이 농성을 시작했고 그 장면을 보다못한 에바다학교의 교사들이 합세했다. 그러나 재단측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는데 급급했다. 이러한 문제는 각종 언론에 공개되었고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이 TV에서 국민과의 대화 중에 에바다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임기 중에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7년간의 긴 싸움 끝에 지난해 5월 28일 새롭게 선임된 이사들이 경찰력을 동원해 에바다농아원에 진입함으로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난 6월 5일 정상화 1주년 기념식이 치러졌다.

장애인 관련 인터넷신문과 방송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목사로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목사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온갖 비리가 저질러지고 법정에서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는, 오히려 힘없는 농아들을 선동해 폭력을 조장하는 현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불의와 싸우는 젊은이들, 장애인들 앞에 같은 목사라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다행히도 에바다는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불법을 자행하던 목사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어느 특정 목사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교회와 목사들에 대한 인식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면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지지 않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명의 이러한 부끄러운 행동은 장애인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에바다 정상화 1주년을 맞는 사람들은 다시는 이러한 고통이 장애계에 찾아들지 않기를 소망하는 촛불을 밝혔다. 그들의 소망을 교회가 다시 꺾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