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신학자 협의회(이하 여신협)가 주관한 유럽 여행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다.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 곳, 우리의 웃음을 멈추게 한 곳, 우리의 눈물을 빼낸 곳, 우리의 말을 멈추게 만든 곳, 우리가 인간인 것이 부끄러웠던 곳, 인간이 얼마만큼 악할 수 있는가를 확인한 곳, 인간의 한계를 절감한 곳이다.

1939년 9월 전쟁이 일어난 후 오시비엥침市(아우슈비츠의 폴란드 이름)를 포함해 그 일대를 독일 제3제국의 일부에 편성되었고 그 후 이름을 아우슈비츠로 변경하였는데 폴란드에서는 그곳을 오시비엥침이라고 부른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세계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점령되었던 나라들의 국민들에게 5년간이나 고통과 공포감을 주고 살인을 했던 곳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에는 독일어로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구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씀이 신약성서에도 있는데 그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문구가 이 살인 수용소 정문에 있다니! 취사장 옆의 조그만 광장에서는 수용소 오케스트라가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도 있다. 몇 천 명이나 되는 수감자들의 행진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 이런 연주를 했다고 한다.

현재 아우슈비츠에는 28개 동의 수용소가 있다. 우리는 그 중 몇 개 동만 1층 2층을 오가며 둘러보았다. 그 전시실에는 여러 가지 사진들, 명부들, 실물들이 있는데 그 중 내게 충격을 주었던 것들 중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구 소련군에 의해 개방되던 당시, 창고에서 자루에 넣어진 약 7톤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 수용소 당국이 독일본국의 공장에 보내기 위해 모아놓은 것이다. 약 2톤만 전시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자루에 넣어져 있는데, 2톤의 머리카락이 산더미로 쌓여진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왜 머리카락만 모았을까 하고 질문을 하자 가이드 대답이 머리카락까지 화장터에서 같이 태우면 가스비도 많이 들뿐 더러 저 머리카락으로 매트리스와 천을 제조했다고 한다. 그 천이 다른 쪽에 머리카락과 함께 전시되었다. 시체에서 뽑아낸 금이빨은 녹여서 막대모양으로 만들어 독일 중앙 위생국에 보내고, 화장시킨 시체의 재는 비료로 사용하거나, 가까운 곳의 하천, 연못 등에 버렸다. 수감자들이 처음 수용소에 들어 올 때, 수용서 관리국장으로부터 “너희들에게 출구는 화장터의 연기 하나밖에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죽음의 현장에서의 노동의 자유를 줄 수 있을까!

전시 사진 중 우리의 가슴을 찢은 것은 사람들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장면들이다. 또 얼마나 못 먹고 있으면 몇 kg로 줄며 죽음까지 갈 수 있나를 실험하다니! 굶주려 체중이 23-35kg로 줄어 뼈만 앙상한 인간들의 사진이라니!

"총살의 벽" 앞에는 몇 아름의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꽃은 준비하지 못했어도 다같이 그 앞에 가서 묵념을 하였다. 다시는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세계 평화를 위하여, 여기서 힘없이 불쌍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평안을 위하여 우리 마음속의 욕심과 미움과 분노가 없어지기를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 드렸다.

내가 이스라엘에 살면서 몇 차례 "야드바셈"(대학살 박물관)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당할 당시의 상황을 그림이나 사진이나 실물들로 전시해 놓았다. 그때도 여기 아우슈비츠를 둘러볼 때 느꼈던 마음이었었다. 그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오는 출구 벽에는 "기억은 우리를 자유케 하나 망각은 우리를 다시 포로로 만든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글이고 오래 오래 기억하며 생각해야 할 글이다. 또 정원에는 600만 그루의 나무들이 심겨져 있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어디서 희생당했다는 장소 이름도 적혀있다. 또 한 곳에는 욥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바로 자기네 민족을 욥과 동일시하는 신념에서다. 자기네 민족은 욥처럼 죄를 짓지 않았지만 그냥 의인으로서 고난당한다는 민족의식이다. 언젠가는 욥이 고난당하기 전의 욥으로 돌아온 것처럼 자기네 민족도 그러리라고 믿는 희망에서다.

이스라엘 민족들은 유월절이 되면 각 가정마다 유월절 행사를 지낸다. 이집트에서 노예였던 자기네 조상들을 해방시켜 준 것을 기억하며 감사예배를 드린다. "하가다"라는 책을 가지고 유월절 의식을 행한다. 그러면서 다시는 노예가 되지 말고 자유인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6월을 보내며 앞으로 8.15 해방의 달을 맞으며 우리나라도 이런 의식이 국가적으로, 가정적으로, 온 국민이 함께 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6.25 전쟁을 기억하며 일제 치하의 식민지 생활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라며 자유인으로 살기를 다짐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함께 읽어갈 그런 교과서는 나올 수 없을까?

필자와 햇순 편집위원인 신선 전도사 그리고 윤명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