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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연재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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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 규 동화작가, 크리스찬 신문사 부사장 지냄,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단국대 초빙교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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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맘때쯤이었는데, 그 날 아침 나는 조간신문을 보다가 ‘소래 포구’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휴일에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바다, 개펄, 생선회, 파도, 배, 이런 것들이 금세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가자!” 나는 누워서 신문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습니다. 아내는 교회 때문에 떨떠름한 눈치였으나 결국은 따라 나섰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길길이 뛰었습니다. 모처럼 갖는 가족 나들이였기 때문입니다. 인천까지는 전동차를 이용했습니다. 소래로 가는 버스 정류장엔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우리처럼 조간신문의 기사를 보고 나선 사람들도 섞여 있겠지요. “아빠,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까지 탈 수 있을까?” 꼬마가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아빠 손 잡자!” 내가 다부지게 말했습니다. “난 염려 마, 엄마!” 큰녀석은 자신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내가 정류장 옆의 가게에서 갑자기 캐러멜 두 갑을 샀습니다. “잔돈을 바꾸려구요.” 아내는 내게도 캐러멜 한 갑을 내밀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습니다. 그 때 버스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버스 앞문 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어떻게 버스를 탔는지 모릅니다. 비집고 들어가다가 떠밀리며 오르고 다시 밀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 탔나?”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다 탔어!” 엉뚱한 사람이 물었는데, 우리 식구 중의 하나가 대답했습니다. 큰녀석이었습니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아이들 손을 잡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새 캐러멜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내가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보, 지갑이 없어졌어요.” 아내가 점퍼 주머니를 뒤집어 보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나도 주머니를 뒤져보았습니다. 그러나 내 주머니에는 애초부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교통비는 물론 점심값과 마른 생선 사 올 돈까지 아내의 지갑 속에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화가 나는 표정이었습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문 쪽으로 몰리며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뒤로 가자.” 내가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아빠, 우린 안 내려?” 꼬마가 말했습니다. “내리면 어떻게 하니, 돌아갈 차비가 없는데.” 큰녀석이 눈치를 채고 말했습니다. 버스가 멎고, 사람들이 내렸습니다. 우리 가족은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재빨리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와서 해물을 산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도 사고, 조개도 사고, 새우도 샀습니다. 양동이와 플라스틱 자배기 같은 그릇에 각종 해물을 담아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창 밖으로 우리와 같은 버스로 온 사람들이 떠들며 바닷가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우리만 소래 포구를 밟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버스가 움직였습니다. 창문으로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비린내가 들어왔습니다. 운전기사가 우리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얘기라도 해야지요.” 아내가 골난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운전기사에게로 걸어가, 그냥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운전기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리지 않으셨으니 차비는 안 내셔두 된다지만, 가족들 보기가 안됐습니다그려.” 운전기사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뒷자리로 돌아와 얌전히 앉았습니다. 꼬마가 눈앞에 놓인 자배기를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조개가 담긴 자루와 잔 새우가 담겨 있었습니다. 꼬마가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조개가 담긴 자루에서 작은 게 한 마리가 기어나왔습니다. 자루 빛깔과 같은 빛깔의 아기게가 함석 자배기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꼬마가 아기게를 집었습니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았습니다. 내가 옆에 앉은 할머니에게 게를 가져도 괜찮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네 식구는 잠시 길가에 서 있었습니다. 큰녀석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몇 개 찾아냈으나 전철표 한 장 값밖엔 안 됐습니다. 나는 그 돈으로 군대생활을 함께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철물점을 하는 그 친구가 달려나와 점심을 사주고, 택시까지 잡아 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당신, 교회 안 가구, 다른 사람까지 교회 못 가게 하더니, 오늘 톡톡히 벌 받은 거 알기나 하슈?” 아내가 오금을 박았습니다.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빠, 게가 죽었나봐.” 그 때 꼬마가 말했습니다. “게, 게라니……?” 내가 꼬마를 바라보았습니다. 꼬마가 그 작은 손을 펼쳐 보였는데, 손바닥 위에는 작은 게 한 마리가 죽은 듯이 놓여 있었습니다. “……다리도 한 개 떨어졌어!” 큰 녀석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접시에 물을 담아 오더니 동생 손바닥에서 게를 집어 접시의 물에 담갔습니다. “움직였어. 살았나 봐!” 꼬마가 말했습니다. “소금을 좀 넣어 줄까?” 큰녀석이 말했습니다. “아니다. 아예 제 집에다 데려다 주자.” 내가 말했습니다. “제 집? 얘네 집이 어딘데?” “소래 포구지. 다시 거기 가는 거다!” 내가 말했습니다. “정말?” “이번엔 버스에서 내리는 거지?” “그래, 그래야지. 개펄에다 아기게를 놓아 주어야 하잖아?” 우리 세 식구는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못 말려, 정말 강씨네들 못 말린다구.” 아내만 집에 남았습니다. 그 때 그 꼬마가 올해 대학생이 됐습니다. 그 날 그 아기게는 얼마나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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