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해마다 3월 말이 되면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장애인의 날’을 멋지게 보내기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해마다 보면서 저는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장애인의 날이 있어야 하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장애인들이 힘들게 살아가기 때문에 이 날 하루라도 좀 즐겁게 지내라고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반대개념인 비장애인들의 비장애인의 날은 없는데 유독 장애인의 날만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도 있습니다. 같은 생각으로 장애인의 날을 만든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많은 장애인들은 이 장애인의 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가 이날만 장애인을 위하는 것처럼, 마치 모든 의무를 다 한 것처럼 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 거의 매일 초청장이 날아듭니다. 장애인의 날 관련해서 행사가 있으니 참가해 달라고. 그 초청장에는 흥겨운 공연들과 맛난 먹거리들이 준비되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장애인단체의 행사는 물론이고 정부 주도의 행사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것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집회를 열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이라고 말하며 대규모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사회에 알립니다. 올해에도 이러한 행사는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작 장애인의 날에 주인공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날이라는 것이 하루의 잔치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날에 대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당사자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장애인들의 연이은 자살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화재로 인해 장애인들이 사망하는 보도가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생활고를 못이겨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자살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장애인들의 자살은 사회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막을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학력은 50% 이상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70% 이상이 실업의 상태입니다. 이동의 기반이 부족해서 주 2회도 외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애인들이게 1년에 한 번 상을 주고 잔치를 벌이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일입니다. 차라리 장애인의 날을 치르지 말더라도 제도 하나 바꾸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 절실한 것입니다.

장안에 장애인을 소재로 하는 영화인 ‘말아톤’이 한창 인기를 끌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 실제의 주인공인 장애인과 엄마가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몇 년 전에는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장애인 문제를 사회 주류로 끌어낸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씁쓸합니다. 아직도 장애인은 우리의 이웃이 아닌 감동의 도구인 대상의 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감성이 메말라 가고 감동받을 것이 없는 삭막한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장애인을 통해서 그 허전함을 채우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말아톤’의 초원이와 같은 발달장애인과 정신지체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냉대하고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영화에는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장애아동의 엄마가 영화를 보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화에는 그렇게 감동을 받는 사람들이 왜 우리들에게는 ...”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함께 곱씹어 보아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