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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마당을 쓸었습니다.
우리들은 아저씨의 마당비 끝에 뒤채이면서 벌레라도 한 마리 튕겨 나오지 않나 싶어 이리저리 쫓아다닙니다.
아이는 여물솥에 불을 땝니다.
부엌문 밖으로 잡곡밥 끓는 냄새가 김에 섞여 쏟아져 나옵니다.
작은 집 세 식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집짐승들도 부산스럽게 움직입니다. 삽살개는 가로 세로 뛰고, 수탉은 앵두나무 가지 위에 올라가 공연스레 울어댑니다.
“꼬끼요, 꼭…….”
“움머!”
바깥마당에서는 어미소가 웁니다. 그 주위를 송아지가 뒷발질을 하며 뛰어다닙니다. 암탉들은 울타리 밑에서 땅을 팝니다. 어미닭은 우리들을 몰고 퇴비장에 나가 굼벵이를 잡아 먹입니다.
“꼭꼬꼬, 여기 한 마리 있구나, 노랑이가 먹으렴. 이크, 이건 뭐야……지렁이 아니니? 이리 모두 와서 함께 먹어라, 얘들아…….”
어미닭은 큰소리로 우리들을 불렀습니다. 꿈틀거리는 커다란 지렁이를 한 마리 뉘어놓고 자꾸 쪼아대며 우리들에게 먹으라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무서워서 슬슬 피합니다. 어미닭은 지렁이를 죽여서 여러 토막으로 잘라놓습니다.
“……이것은 노랑이, 이것은 알록이, 이것은 둘째, 이것은 막내…….”
이때 어디선가 쏜살같이 날아 내린 솔개란 놈이 엄마를 채어 올린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삽살개가 짖고 큰 닭들이 기겁을 해서 도망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미닭은 이미 솔개에게 채여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사이 좋게 지내야 된다. 서로 돕고 살아야 된다. 정신 차리고…….”
어미닭은 벌써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다시 겁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아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새끼들 먹이겠다고 지렁이 잡아 토막 내놓고 채여 갔구나…….”
할머니가 솔개 날아간 성황당 쪽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새벽참에 어디서 솔개가 날아와, 아침밥도 먹기 전에 어디 숨어 있다가…….”
아이가 분해서 어쩔 줄을 모르며 중얼거립니다.
아저씨는 말도 못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우리들을 한 마리 두 마리 집어다가 싸리로 엮은 바지게 속에 감춥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쯧쯧쯧, 딱하기도 하지…….”
할머니는 아침상 차릴 생각도 잊어버리고 마루 끝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제 에미가 불에 타 죽으면서 살려놓더니, 이번엔 새끼 살리려고 제가 잡혀갔구먼. 쯧쯧쯧…….”
할머니는 계속 중얼거리며 지짐거리는 두 눈에서 눈물을 떨어뜨립니다
“……나는 보았었어, 감나무 가지 사이에 그 무서운 커다란 새가 숨어 있는 것을. 그렇지만 도시 부화장의 기계 속에서 태어난 놈이라서 알았어야지, 그 새가 솔개란 것을. 나도 자라면, 커다랗게 자라면 알을 낳을거야. 그래서 병아리를 깔거야. 내가 낳은 알을 내가 품어서 새끼를 깔거야. 그러고 엄마같이 죽으면서 내 병아리를 살릴거야…….”
노랑이는 다짐했습니다.
알록이들은 할머니처럼, 말 못하는 아저씨처럼, 아니 아이같이 작은 눈물 방울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지렁이 토막들을 쓸어다가 병아리들 눈앞에 놓아주었습니다. 뒷산 숲에서 이를 모를 새가 우는 아침 나절이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