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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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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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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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이 최고로 잘하는 착각은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하는 것이에요. 그들은 늘 “다음에 봐서!” 라고 말하죠. 그들이 “다음에” 라는 말을 한번씩 뱉을 때마다 끙끙앓다 죽어가는 생명들이 그들 옆을 강물처럼 흐르고 있어요. 그들은 정말 자신들의 지금의 삶이 영영 이어질 수 있을 꺼라 생각하는 걸까요? “난 정말 오래오래 살면서 적당한 때가 되면, 내가 가진 것들을 이웃들에게 많이 나누어 줄꺼야. 난 정말 오래오래 살면서 내 마음이 움직이는 때가 되면 지구 반대편 가난한 이름 모를 마을을 기억하며 평화운동도 좀 해 볼라고 해. 난 정말 오래오래 살면서 때가 되면 사랑을 좀 하려고 해! 그때가 오면 식구들도 좀 챙길라구. 때가 되면 고요히 명상도 좀 하고, 마음을 여는 사람들의 모임도 좀 하고 그렇게 살거야!” 내일, 다음에, 나중에, 봐서, 언젠간... 자신들의 “잃어버린 지금”을 깨닫고, 벌떡 일어나 그것을 찾아 길을 나설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착각 둘 - “눈에 보이는 것이 다야!” 지구인들의 두 번째 착각의 제목은 “보이는 것이 다야!”라는 것이죠.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서로를 볼 때 제일 먼저 “지구에 온지 얼만큼 되었는지”를 보아요. 그리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존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보고, 결혼이라는 터널을 통과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를 보구요. 아참! 팔다리는 멀쩡한지, 돈은 좀 있는지, 학교는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그런 것 역시 지구인들이 서로를 볼 때 조금은 눈을 부릅뜨고 보는 제목들이죠. 아! 물론, 서로의 영혼의 빛깔은 어떤지, 오늘 그의 에너지 상태는 어떤지, 그가 얼마나 하늘과 가까이 소통하고 있는지, 그의 상처는 어떻게 아름답게 승화되었는지, 그가 아직은 못 풀었지만 곧 풀게 될 그의 삶의 고민 덩어리는 무엇인지, 그런 것부터 먼저 알아보려고 눈을 부릅뜨는 지구인들이 아주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요,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아름다운 지구인은요. 하늘은 지구인들에게 꽤 오랫동안 “지금 그대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하는 친절한 안내를 해 주었지만 그들은 그걸 좀처럼 잘 받아들이지 않아요. 속의 것을 보지 못하는 지구인들이 늘어나면서 지구빛이 하루하루 시들해지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 저 너머에 있을 그 엄청난 진실에 대해, 그 아름다운 조화와 순환에 대해, 몸이라는 껍데기 속에 숨겨있는 모든 존재의 그 밝은 빛과 부활에 대해, 지구인들이 관심을 가질 그 기막힌 순간, 오긴 오겠지요? 착각 셋 - “재난은 나를 피해가지, 쑉쑉” 종종 지구인들은 아침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신문을 뒤적거려요. 어느 어느 부자대륙에 불어닥친 성난 태풍의 마수 속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갓난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생각하지요. “짜식 용하네. 운 좋아” 어미가 아비를 죽이고, 자식이 일가족을 가두어 불태우고, 멀쩡했던 비행기는 땅으로 추락하고, 사람들은 싸우고, 거리엔 뛰쳐나온 데모대로 가득해요. 나무와 숲은 하루가 무섭게 시뻘건 땅을 파대는 불도저 밑에 깔리기 바쁘고, 배달된 피자 쪼가리를 먹다 남긴 이들은 티비에 비친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어느 마을 어린아이를 보며 생각하지요. “배고프겠다” 지구인들은 오늘도 그들의 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라이어티환상충격쑈”를 구경하며 꽃단장을 하고, 일을 하고, 운전을 하고, 여행을 하고, 교회를 가고, 쇼핑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저마다의 삶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 못 견디겠다 알리는 지구어머니의 사랑을, 싸인을 눈치 챌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숙제란 “온 영혼으로 사랑하는 일” 뿐임을 알아채고 길을 떠난 지구인들에게 “당신들 아름다워요” 라고 외치는 하늘의 소리가 온 우주에 퍼질 그 날까지... 같이 가 봐요. 어딜 봐요? 당신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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