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입니다. 예전에는 장애인을 인격적 존재로 대하기보다는 가능하면 함께하지 않았으면 하는 존재로 대하고, 집안에서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수치스럽게까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통합사회를 추구하며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고등학교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를 합니다. 물론 서로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다른 장애와는 달리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을 하는 통합학급에서 자란 아이들은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천대시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부의 현상으로 이른바 ‘왕따’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장애 비장애 가리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기성세대의 삶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시설에서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신고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를 했고 현재 전국의 미신고시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계획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시설은 폐쇄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으로 인해 미신고시설들은 지금 존폐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장애인 생활시설이 인가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강동구 길동의 한 아파트 인근의 5층짜리 상가를 매입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하려다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몇 달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명확합니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는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들이 다니면 아이들을 어떻게 내놓고 키우겠냐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검증되지 않은 이익을 전제로 힘들게 자금을 마련해서 시설을 이전하려는 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40여명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이러한 소식도 모른채 입주의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들은 요즘도 하루 종일 카네이션 꽃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이 어버이날 사용되는 카네이션 꽃을 만드는 일인데 일년 동안 작업을 하며 자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꿈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공사를 저지하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안면이 있는 기독교인도 함께 있었습니다. 얼굴을 마주치고 달려와 인사를 하며 뭔가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사 저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논리적으로 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장들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시설이라는 이유로 반대들을 합니다. 그들도 하나님의 소중한 창조물들인데 일부의 사람들, 그리스도인들 조차도 그들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배척하는 그들과 함께 하셨는데, 그분을 따른다고 하는 우리들은 그분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이러한 자리에서 중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감당했으면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그리스도의 살림의 정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