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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기와집 한 채
개 두 마리와 할아버지,
아침에 일어나면
할아버지 밥 지으시고,
놓여난 우리들은
숲 속 깊이 달려간다.
장난치고 오줌 누고
뛰어내리고 뛰어오르고
그러다가 할아버지 진지 드실 땐
마루 끝에서 기다리고
할아버지 그림 그릴 땐
토방에서 낮잠 자고,
할아버지 낮잠 주무실 땐
우리들이 깨어 있고
어둔 밤,
밤새 울음소리
두 귀 쫑긋 귀 기울이고
달밤이면 꼬리 그림자 쫓으며
안마당에서 맴돌았단다.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발바닥에 묻는 게 차가워
몸뚱이에 묻는 게 차가워
집 안팎 뛰어다니고
언덕에서 나뒹굴며
그렇게 좋을 수 없었지.
그렇게 기쁠 수 없었지.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
집 안 청소 하시는구나.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일곱 가지 색에
또다시 일곱 가지 색깔.
크고 작은 물감 접시,
크고 작고 굵고 가는
여러 모양의 물감, 붓
모두 챙겨 벽장에 간수하고
장판방 걸레질에
바깥마당까지 싸리비질,
기계 달린 자전거 타고 휭
장에 가서 고기 사고
나물 사고 기름 사고
밀가루 계란 마늘…….
이윽고 오후부터 사람들 몰려든다.
아이도 오고 어미도 오고
오는 사람 족족
할아버지께 큰절한다.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선생님, 평안하셨습니까?”
“할아버지, 인사 받으십시오.”

그러나 그 가운데
아들 내외 보이지 않고
손자 손녀 아니구나.
이들이 다 누구인가?
점순이와 나
마당가를 서성인다.
형님, 안녕하셨수?
털보에 뒷머리 묶은
예술가 타입이 묻고
아우, 잘 있었는가?
점잖으니 도사풍의 한복 차림
검정 두루마기가 대답하고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새파라니 젊은이 경쾌하게 묻고
후배, 잘 있었지?
넥타이 정장이 대답하고
그럼유,
그렇다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꽃 피고
마주 손잡아
위 아래로 흔든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