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옥 안아주고 싶은
우 리 가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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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책 안가지고와도 돼요?”
“그래, 오늘은 글 그림잔치 응모할 그림 그릴 거다.”
“야호 신난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요즘은 권정생선생님이 쓰신 <몽실 언니>를 읽고 있는데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좋은 책이라고, 권정생선생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래도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은 힘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림그리기를 한다니까 신이 납니다.
“뭐 그려요?”
“그리고 싶은 거 마음대로 그려도 돼요?”
“오늘은 ‘꼬옥 안아주고 싶은 우리가족’ 그리기야. 예를 들어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즐거웠던 때, 때로는 힘들었던 이야기, 나의 소중한 가족 소개하기, 가족들에 대한 나의 바람, 내게 가족과 같이 함께 해준 선생님, 친구 이야기 등 각자 마음속에 제일 많이 자라잡고 있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그리면 되겠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쓰면 좋은 글이 되듯 그림도 글을 쓰듯 꾸밈없이 표현해야 될 거야.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자.”
선생님이 그림 그리기에 대해 설명하셨다.
아이들은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승환이는 놀이공원 가서 청룡열차를 타는 것을 그렸다.
예담이는 엄마랑 높은 산을 올라가는 것을 그렸다.
서아는 가족들이 모여앉아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그렸다. 프로그램실이 열기로 가득하다. 밖에서 들여다보던 복지사선생님도 주먹을 쥐어 보이며 파이팅을 날렸다.
선생님은 각자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몽실 언니> 골든 벨 문제를 뽑고 있었다.
“아이고 팔이야!”
놀이공원을 열심히 색칠하던 승환이가 죽는 소리를 합니다.
“선생님 힘들어요. 물 먹고 와도 돼요?”
“화장실 급해요.”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은 몸에 시계라도 달렸는지 50분이 지나니까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힘든 사람은 좀 쉬고, 물먹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오고,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은 다녀와라.”
평소에는 공부시간에 왔다갔다 말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괜찮다고 합니다.
승환이가 나가니까 우르르 따라 나갑니다.
‘무슨 일이지?’
아이들이 나가자 복지사선생님이 프로그램 실을 들여다보며 눈으로 말합니다.
“물 먹고 싶은 사람 다녀오라고 하니까 우르르 따라 나가네요.”
선생님이 변명을 해줍니다.
우르르 몰려나갔던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선 떠들어댑니다.
“뭐 그린거니?”
“가족이랑 놀이공원 놀러간 거, 너는?”
“내가 아팠을 때 엄마가 안아주는 그림이야.”
“엄마가 남자 같다.”
“너랑 똑 같이 생겼다.”
아이들은 서로 그림을 보며 웃어댑니다.
구석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던 소원이가 선생님 옆으로 왔습니다.
다 그렸니? 좀 보자.”
“선생님만 보세요.”
“어? 무슨 그림이지?”
“엄마가 돌아오셔서 나를 안아주시는 거예요.”
“엄마하고 같이 안사니?”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선생님은 소원이 얼굴을 바라보시며 한참 말이 없습니다.
천사가 날개를 달고 검은 눈물을 흘리는 그림을 보고 선생님은 다시 물으셨다.
“엄마가 날개가 있네, 엄마가 천사 같다고 생각되어서 날개를 그린거지?”
“엄마는 하늘나라에 계셔요.”
“이혼하셨다고 했잖아? 근데 웬 하늘나라?”
“이혼 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했어요.”
소원이 말을 듣던 선생님은 한동안 가만히 있습니다. 충격을 받으셨는데 애써 표내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앞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서아가 눈이 똥그래지더니 입이 절로 벌어집니다.
“진짜?”
서아는 들릴 듯 말듯 속말로 묻습니다.
소원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수고했다. 좀 쉬어라.”
“괜찮아요. 선생님 뒷정리하는 거 도와드릴래요.”
“그래? 그럼 고맙지.”
소원이는 종합장을 학년대로 정리하고 크레파스랑 미술도구를 정리합니다.
“나 혼자 했으면 한참 걸렸을 텐데 도와줘서 고마워.”
“네에!”
소원이 얼굴이 환해집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