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김선일 씨 죽음을 애도하는 집회와 기도회, 계속되는 이라크 파병반대 집회와 금식기도회, 박근혜 페러디의 파문, 연쇄살인사건 등 우리는 끊임없이 여성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과제야 했다. 교계에서는 한참 교회연합과 일치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21세기 찬송가] 출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여성들, 특히 여성운동에 헌신 하거나 여성신학을 삶으로 살아내려고 고민하는 여성들은 항상 어떤 사건이나 일을 접할 때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여성주의적으로 생각하기를 일종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기자들은 여지없이 여성의 입장을 묻는다. 때로 여성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박근혜 패러디 파문)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도 한다.

우리는 왜 때마다 입장을 밝혀야 하나? 남성들의 입장이 약자의 입장, 특히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먼저 우리들은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매스컴과 사회의 인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아울러 희생된 성매매 피해여성에 관한 진실규명과 함께 성매매 피해여성인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는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인 여성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가? 우리는 이미 성매매 여성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빈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끊임없이 여성들을 유입시키는 성산업구조에 의한 피해자임을 알고 있다. 우리 사회와 남성들의 시각은 어떠한가? 이들의 죽음을 부른 사회적 상황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없이 윤리적 타락으로 인한 죽음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한 발상은 자칫 극악한 범죄를 옹호하고 또 다른 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들은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이후 발생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범죄행위 근절과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성매매 업소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실시하고 성매매 관련 범죄 방지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들(사회적 약자의 대명사)의 문제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제기하고, 또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29일에는 1996년부터 한국찬송가공회가 준비해 온 [21세기 찬송가] 두 번째 시제품 발간을 즈음하여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 동안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발간한 시제품임에도 문제가 참으로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의견을 모아 입장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한국교회의 신앙고백을 담은 곡을 추가해 줄 것.

둘째로 오늘의 신앙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

셋째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을 비하하는 표현과 폭력적, 군사적 표현을 수정해 줄 것,

넷째로 교회 내 여남 평등한 공동체 실현을 위해 성차별적 표현을 평등언어, 양성 포괄적 언어로 수정해 줄 것 등이었다.

교회연합과 일치를 위한 9인 위원회에 여성이 한명도 없고, [21세기 찬송가] 개발에 참여한 80명의 위원 중 여성의 숫자는 5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소위 한국교회의 개혁을 선도하고,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도 또한 여성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요, 교인의 60-7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우리 여성들은 계속해서 여성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여성의 입장을 굳이 따로 밝힐 필요 없이 여성의 생각과 의견까지를 고려하여 통전적이고, 통합적으로 다 표현한다면, 여성운동도, 여성신학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날을 소망한다. 그 날이 바로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런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