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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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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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설계할 때 우리는 흔히 외부의 무엇인가를 ‘욕망한다’. 그것을 소망이나 희망이나 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가 아닌 미래 시점의 어딘가에 비중을 두게 하는 것들. 현실보다 적어도 몇 발자국 정도는 늘 앞서가면서 우리를 잡아끄는 것들. 시간은 늘 ‘지금 이 순간’뿐이고,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인데도, 미래의 허상을 붙잡기 위해 우리를 질주하게 하는 것들.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그것은 우리를 ‘지금 여기’에서 편히 쉬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도대체 어떤 허상을 붙들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왜 무엇 때문에 나는 현실이라는 이 대지 위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쉴 줄을 모르는가? 뼈아프게 반성한다 할지라도, 내가 꿈꾸고 욕망하는 그것 때문에 현실은 벌떡벌떡 숨을 쉬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이 없는 현실, 소망이나 기대가 없는 현실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꿈은 현실의 영토가 있어야 살 수 있고, 현실은 꿈의 자극을 받아야 비로소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창조주가 이 광대한 우주의 밑그림을 그리신 것도, 그분 자신에게 꿈과 소망과 바람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으리라. 미래에 대한 꿈과 욕망이 나로 하여금 아무리 쉴 줄 모르게 한다고 해도, 꿈과 욕망은 저버릴 수 없는,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친하게 지내야 할 벗인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꿈과 욕망은 어느 날 문득 짐이 되어 우리를 짓누르기 일쑤이다. 바로 그 꿈과 욕망 때문에 그분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내게 와서 편히 쉬라”고 해도 쉬이 그 품에 안길 수 없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꿈과 욕망이 아무리 오늘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고 해도, 현실을 질식시키는 꿈과 욕망은 거절의 미학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꿈과 소망과 바람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무게가 무겁지 않아야 한다. 이 우주를 꿈꾸고 그림 그리신 창조주 하나님이 무거워서 신음하신 적이 있었겠는가? 한없는 사랑으로, 자기 안의 사랑을 펼쳐내는 작업을 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흔히 외부의 무엇인가를 붙잡는 것을 꿈꾸고 욕망한다. 더 많은 것을 배워서 나를 채워야 내가 더 온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멋진 차와 더 너른 집을 소유해야만 내 존재의 가치가 올라가고, 더 많은 사람을 부리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날 줄 모르는 성공의 계단 어디쯤에선가, 갑자기 찾아든 병마 때문에 허겁지겁 뒤를 돌아보고 내면을 비로소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부의 무엇인가로 나를 채워야만 내가 더 온전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불완전하게 창조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창조 솜씨는 그렇게 허툴지가 않다. 우리 모두를 저마다 다르게 창조하신 것뿐이다.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붉게 아름답고,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노랗게 아름답다. 진달래는 개나리를 넘볼 필요가 없다. 진달래는 그저 자기 자신을 꽃피우면 그것 자체로 완성된다. 더 이상 부족한 것은 없다. 우리 안에도 저마다 우리를 꽃 피우기 위한 씨앗이 잠재되어 있다. 외부의 무엇인가를 가져다가 우리를 살찌워야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삶은 영원한 수수께끼요, 신비 자체이다. 꽃과 나무들은 왜 그렇게 종류가 많아야 하는지, 장미는 왜 꼭 그런 모양을 하고 피어나는지, 고양이는 왜 수염을 달고 있어야 하는지, 쥐는 왜 꼬리가 그렇게 길어야 하는지, 오징어는 왜 그렇게 발이 많아야 하는지…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창조의 신비가 내 안에 있다. 그것을 자주 자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자. 자주 자주 음미하는 시간을 갖자. 그 누구보다도 ‘나’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시간을 갖자. 외부의 무엇인가를 향해 헛갈퀴질을 하려고 하기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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