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7살의 정말 잘생기고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한 달 전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기 위해 면담을 하러 갔다가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들었던 것입니다. 이 아이는 출생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산소공급의 문제로 왼쪽이 마비가 되는 장애를 입었습니다.

아버지는 카이스트 박사였고 아이를 위해 모든 치료를 다했지만 결국 지체 3급의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왼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 외에는 다른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아버지 이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아이도 잘 자랐습니다.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고 외형상으로도 전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외국생활에 지친 젊은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며 단란한 꿈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좋은 학교라고 소문이 나있고 영어학급이 있어서 아이가 영어를 계속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이곳에 입학을 문의했습니다. 이 때 아이가 장애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합니다. 학교측에서는 장애아동은 직접 교장께서 면담을 한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교장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함께한 자리에서 교장은 ‘장애 아이들도 가르쳐 보면 지능과 행동이 떨어진다, 우수한 아이들이 오는 학교에 장애아를 받을 수 없다, 우리학교는 바이올린과 태권도를 필수로 해야 하고, 수업중 이동도 많은데 이 아이는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지 않느냐, 교사들도 힘들어하고, 다른 부모들도 장애아가 들어오면 싫어한다, 우리학교는 건강한 아이를 받는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 학교는 모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이고 교장은 종교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아이는 입학이 거절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아이를 만난 것은 아이의 아빠가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는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이의 아빠는 경증의 장애아도 이런 차별을 당하는데 발달장애와 같은 중증의 장애인은 어떻겠냐고 하며 다시는 장애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차별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의 아빠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학교에 더 이상 보내고 싶지 않다며 포항의 새로운 연구소에 입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진정서를 제출한 후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는 “아빠, 우리 이사 가야 해? 거기서도 학교 못다니면 어떻게 해?” 하는 것입니다. 아마 상처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어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장애학생을 위한 법이 특수교육진흥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에 의하면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거나 차별을 해서는 안되고 학급을 편성하고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의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전국의 교육청에서는 이런 차별을 당한 부모들이 삭발을 하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현장에서 장애아동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저는 창원, 대구, 서울의 현장을 다니며 그 부모들의 처절한 사연들을 들었습니다.

삭발을 한 장애아동들의 어머니들은 말합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머리가 아니라 목숨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작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유아원, 유치원에서 이들을 치유하고 교육종사자, 공무원, 그리스도인 모두가 이러한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