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못할 일로 햇순 100호 기념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신 원로 목사님이 계시다. 대신 간절한 축하 메세지를 영상으로 띄워 주셨다.

‘한국기독교에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신학이 분열해서 싸움을 많이 했다. 이유는 성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 그렇다. 교회는 성장하지만 성서를 바로 읽는데는 도무지 힘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세계교회협의회 성서연구 책임자였던 한스 웨버를 한국에 모셨다. 그때 김영운 목사와 함께 성서를 바르게 읽는 교육을 성공적으로 해 냈고 이 운동의 계속으로 ‘햇순’이란 잡지가 나온 것으로 안다. 몸으로 성서를 읽는 ‘햇순’의 100호를 축하한다. 성서를 바로 읽는 데서만 힘이 나온다. ‘햇순’이 200호를 맞을 때는 그 성과가 눈에 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씀이셨다.

몸으로 성서를 읽는 사람들이 햇순공동체다. 성서를 읽는 우리의 몸은 어떤 몸인가?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신체는 먹어서 몸을 만들지만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의식이다. 우리는 의식을 먹고 사는 몸이기도 하다. 의식이 몸을 만든다. 언젠가 TV에서 이런 뉴스를 보도했다. “한국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미국의 유명한 토크 쇼에서 화제로 다루었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다 알고 있는데 외국사람이 알게 돼서 또는 일등했다는 것이 뉴스가 된 것일까? 서양도 다르지 않겠지만 동양,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미워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우를 쉽게 본다.

월경, 폐경(완경), 출산 같은 극히 정상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한 여성 몸의 기능을 부정하게 여겨 어두운 곳으로 은밀히 숨겨왔다. 여성의 몸의 부위도 이 곳 저 곳이 이런 저런 편견에 의해서 미움을 받거나 학대(?)를 받아 드디어는 성형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학대까지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 그럴듯하다. 또 과학의 이름을 빌린 상술에까지 기꺼이 몸을 맡긴다.

여기 반비례해서 요사이 여성의 몸에 병이 깊어가고 있다. 유방암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류의학을 전공한 부부가 있는데 부인이 임신을 한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브래지어와 유방암이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유방암 수술환자 2,000명, 같은 또래의 건강한 여성 2,000명을 비교 조사했는데, 수술한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더 꼭 끼는 사이즈로 선택하고, 더 오래 착용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브래지어는 우리 몸의 유방 주위를 돌아가는 임파관을 누른다. 우리 몸의 혈관이나 임파관은 수도파이프가 아니라서 누르면 눌린다는 것이다. 요사이는 그 밑에 철사까지 넣어서 하루 종일, 받치고 누르기를 밤중에도... 또 몇 년이고 계속한다. 그러니 음식물 오염으로 발암물질은 들어오고 세포는 암으로 바뀌어도 임파구가 제대로 접근을 할 수 없다 .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책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이러한 힘을 “가부장문화로 중독된 사회구조”라고 이름 짓고 있다. 가부장제는 우리사회를 움직여가는 수많은 시스템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가부장 문화로 중독된 사회구조 속에서는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의 몸이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지키려는 자생적인 몸의 지혜와 본능적인 저항능력이 살아나지 않고는 점점 치유불가능의 병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먼저 이해하지 않는 한 여성의 몸은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건전한 의식이 건강한 몸을 만들고 건강한 몸이 성서를 바르게 읽을 수 있다.

에니어그램 수련은 몸을 이야기 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각자가 어떤 격정에 사로잡혀 사는 가를 그려보게 한다. 분노에 가득 찬 주일 설교를 거의 매주 듣고 살면서 자신의 격정에 빠지면 모든 구절의 성구해석이 저렇게 무서운 무기로 변하게 할 수 있겠구나 싶을 때도 있다. 애니어그램 영성을 통해 우리 몸이 갖는 분노, 시기, 기만, 슬픔, 인색, 걱정, 자랑, 독선, 나태 등의 격정을 인정하게 되고, 이를 느끼고 해소하는 것이 우리를 성장과 성숙으로 변화시키며 치유를 위한 열쇠가 된다고 본다. 몸의 이야기를 나누고 몸으로 섬기는 햇순의 퇴비이고 싶다.